국내 최고의 골프칼럼니스트인 방민준 전 한국일보 논설실장의 맛깔스럽고 동양적 선(禪)철학이 담긴 칼럼을 독자들에게 배달합니다. 칼럼에 개재된 수묵화나 수채화는 필자가 직접 그린 것들로 칼럼의 운치를 더해줍니다. 주1회 선보이는 <방민준의 골프탐험>을 통해 골프의 진수와 바람직한 마음가짐, 선의 경지를 터득하기 바랍니다. [편집자주]

방민준의 골프탐험(44)- 독학은 결코 자랑이 아니다

▲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골퍼들은 독학 또는 속성으로 골프를 터득해 단기간에 싱글이 되었음을 자랑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고학이나 독학이 자랑스러운 시절이 있었던 때문인지 골프에서도 독학은 자랑거리가 되는 풍토다.

상당수 남성들은 처음 한두 달 스탠스나 그립 잡는 법, 클럽 휘두르는 법 정도를 배운 뒤 독학의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 특히 머리 좋고 체격 좋고, 학창시절 운동신경이 뛰어나다는 소리를 들은 사람일수록 레슨프로의 긴 커리큘럼이 답답해 단기레슨으로 끝내버리고 레슨서를 읽거나 골프채널의 레슨프로를 시청하며 독학의 길로 들어선다.

그러나 독학으로 골프를 터득한 사람치고 좋은 스윙을 가진 경우는 드물다. 물론 많은 땀을 쏟고 많은 연습량으로 제대로 된 스윙을 터득한 사람도 없지 않지만 대개는 정통파와는 거리가 먼 변칙의 경우가 많다.

골프장에 가보면 쉬지 않고 부지런히 연습을 하는데도 이상한 스윙이 고쳐지지 않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고질병 같은 괴상한 스윙을 하면서도 잘못된 스윙을 더욱 악화시키는 연습을 기계적으로 반복한다. 주변 사람들의 제대로 된 스윙을 참고만 해도 자신의 잘못된 스윙을 알아채고 개선을 꾀할 수 있을 텐데 도대체 곁눈질을 하지 않는다. 독학파의 전형적인 부정적 단면이다.

주변의 좋은 스윙을 유심히 지켜보고 고수들로부터 자문도 구하며 잘못된 스윙을 고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데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독학파 출신의 골퍼들도 자주 본다. 대화를 나눠보면 자신의 스윙에서 무엇이 잘못인지, 어떤 동작이 잘못되었는지 알고는 있는데 고쳐지지가 않는다고 토로한다. 역시 독학시절 잘못된 골프의 밑그림이 깊이 각인되는 바람에 고질병으로 굳은 경우다.

▲ 독학파 출신의 골퍼들은 자신의 스윙에서 무엇이 잘못인지, 어떤 동작이 잘못되었는지 알고는 있는데 고쳐지지가 않는다고 토로한다. 역시 독학시절 잘못된 골프의 밑그림이 깊이 각인되는 바람에 고질병으로 굳은 경우다./삽화=방민준

LPGA투어의 미국 대표주자 중의 한 사람인 폴라 크리머가 라운드 중에 캐디로부터 잘못된 스윙 자세를 교정 받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 폴라 크리머의 볼이 자주 페이웨이를 벗어나고 그린을 맞추지 못하자 참다못한 캐디가 폴라 크리머를 세워놓고 연습스윙을 시켰다. 그러면서 캐디는 골프채의 그립 끝을 크리머의 머리에 대고 스웨이나 헤드업을 못하도록 했다. 그렇게 몇 번 시키고 나더니 실제 티샷을 하도록 하는 장면이었다.

연습장에서도 레슨프로가 이런 행동을 취하기가 쉽지 않다. 서로 교감이 되지 않은 상태라면 배우는 사람이 불쾌해 하며 도망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PGA LPGA에서 활약하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전담고치를 두고 있다. 상시 코치를 두는 선수도 많고 그럴 형편이 어려우면 주기적으로 찾아가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점검받고 교정 받는다. 잘 나가던 선수들이 아무 이유 없이 무너지는 것은 자신만 믿고 독학으로 골프를 하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무너진 것이 쌓여 병이 도진 때문이다.

실전에서 스승이 제자보다 더 잘하라는 법은 없지만 스승에게는 제자의 잘잘못을 지적할 줄 아는 안목이 있다.

건강한 사람도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병든 사람은 주치의를 정해놓고 병을 다스리듯 골프 역시 병을 다스리듯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골퍼에게도 자신의 스윙을 점검해줄 스승이 필요하다.

정통파로 배웠다 해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 스윙자세가 변형되거나 나쁜 습관이 생길 가능성이 많다. 잘 되던 골프가 안 된다면 어딘가 한 구석이 무너져 탈이 났다고 보면 틀림없다.

전담 레슨프로를 두기가 어려우면 주기적으로 레슨프로에게 점검받거나 이상이 느껴질 때 수시로 고수들에게 점검을 받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구력이 오래 된 골퍼들은 남을 가르치려 들면서도 자신은 배우려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한데 동료 고수로부터 레슨을 받는 것은 대단한 용기다.

용기 있는 자만이 골프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골프에서 독학은 결코 자랑거리가 아니다. 골프장마다 레슨프로가 있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