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한국지엠·르노삼성, 관건은 추석 전 임협타결
기아, 현대차 합의내용 반영…퇴직인원 충원 등 쟁점
한국지엠, 진일보된 2차 합의안 도출해야
르노삼성, 기본급 동결 등 진척…보상액은 이견
[미디어펜=김태우 기자]현대자동차 노사가 여름휴가 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 타결에 성공하면서 남겨진 다른 완성차 업체들의 교섭 상황에도 관심이 쏠린다.

법정관리 체제 하에 있는 쌍용자동차를 제외한 나머지 완성차 3사는 이미 휴가 전 타결이 불가능해 한달 반 가량 남은 추석 연휴 전 타결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에 이어 올해 임단협의 교섭 타결 가능성이 높은 곳은 기아다. 기아는 아직 사측이 제시안도 내놓지 못한 상태지만, 그동안 현대차와 동일한 조건에 타결해왔던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현대차 교섭 타결을 계기로 기아 노사도 임금협상(임협) 교섭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기아 광주공장 정문. /미디어펜


완성차 업계에서는 통상 여름휴가 전 교섭이 타결되면 '조기 타결'로 치지만, 추석 연휴 전까지만 타결이 이뤄져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29일 기아 노조 집행부는 쟁대위(쟁의대책위원회) 소식지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여름휴가 이후 교섭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기아 노조는 향후 교섭에서 공정한 성과 분배, 임금체계개선을 통한 통상임금 정상화 등을 쟁취하겠다고 밝혔으나, 기존 요구안이었던 기본급 9만9000원 인상, 성과급 전년도 영업이익 30% 지급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현대차의 임단협 타결 소식을 전하며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주식 및 각종 포인트 등 연간 임금성 총합이 1인당 평균 1806만원이라고 전했다.

기아 사측은 조만간 현대차 타결 내용과 동일한 수준의 제시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며, 임금성 부분에서는 노사간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미래 고용안정을 위한 투자방안을 제시할 것도 요구했지만, 이는 현대차 노사가 체결한 '산업전환 대응 관련 미래 특별협약'과 같은 방식으로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별도요구안에 포함된 신규인원 충원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기아 노조는 퇴직에 따른 인원 자연감소분을 충원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올해 임협 마무리는 없다며 서울 양재동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사측은 전기차 전환에 따른 생산직 수요 감소를 이유로 신규인원 충원에 난색을 표해왔다.

여름휴가 이후 노조의 파업권 확보가 확실시되는 상황이라 신규인원 충원 여부를 놓고 파업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조는 지난 20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으며, 휴가 이후 조정 중지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내달 10일에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도 예정돼 있다. 당초 지난 28일로 예정됐던 일정이 소하리공장 내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으로 연기됐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22일 노사가 마련한 1차 잠정합의안이 지난달 27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되며 진통을 겪고 있다.

   
▲ 한국지엠 부평공장 입구 홍보관. /사진=미디어펜


사측과 합의안을 도출했던 노조 집행부로서는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모양새라 앞으로 이뤄질 교섭에서 진일보된 조건이 포함된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부결된 1차 잠정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기본급 3만원 인상(호봉승급 포함), 일시·격려금 450만원 지급 등이었다. 평균 1800만원에 달하는 현대차의 교섭 결과를 본 한국지엠 노조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교섭 타결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다만 찬반투표에서 반대가 51.2%(3441표)로 찬성(48.4%, 3258표)과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사측이 노조 집행부의 면을 세워줄 만한 추가 제시안을 내놓는다면 추석 전 타결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갑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장은 지난달 29일 성명을 통해 "휴가 후 확대간부합동회의를 열고 2021 임협에 대한 이후 교섭과 투쟁 방향에 대한 전체 간부들의 의견을 경청한 뒤 교섭대표 회의와 쟁대위 회의 등을 열어 교섭 방향과 투쟁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임단협 조차 마무리 짓지 못한 르노삼성은 사측이 올해 임협까지 2년치 통합 제시안을 내놓은 상태다. 완성차 업체들 중 가장 진도가 늦지만 2년치 교섭이 타결된다면 단번에 역전도 가능하다.

노사는 지난 26일 사측이 내놓은 제시안을 놓고 28일 밤늦게까지 사흘 연속 집중 교섭을 벌였다. 비록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노사가 '휴가 전 타결'을 목표로 집중 교섭까지 진행할 정도로 의지를 보였음을 감안하면 추석 전 타결 가능성은 높게 점쳐진다.

사측의 제시안은 2020·2021년 임단협 통합 교섭, 기본급 동결 보상금 200만원과 생산성 격려금 1인당 평균 200만원 등 총 800만원의 일시금 지급이 주요 내용이다.

노조는 지난해와 올해 기본급을 동결하면 2018년부터 4년 연속 동결하는 것이라며 반대급부로 일시금을 더 높여줄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간 금액적인 이견을 좁히진 못했지만 그동안 2년치 통합 교섭과 기본급 동결을 전면 거부하던 노조가 일시금을 놓고 논의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