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야구가 일본에 막혀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아직 우승할 가능성이 남아있긴 하지만 힘든 우회로로 가게 됐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4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야구 준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에 2-5로 졌다. 2-2로 맞서던 8회말 2사 만루에서 고우석이 야마다 데쓰토에게 싹쓸이 2루타를 맞고 고개를 떨궜다. 한국은 올림픽 무대에서 이전까지 일본과 3번 싸워 모두 이겼는데, 이번에 아픈 첫 패배를 당했다.

   
▲ 사진=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공식 SNS


이로써 일본은 결승에 선착했고, 한국은 패자부활 준결승으로 밀려났다. 한국은 5일 미국과 다시 만나 결승행에 재도전한다. 한국이 미국을 꺾을 경우 결승에 올라 일본과 재대결로 우승을 다투고, 미국에 패할 경우 3-4위전으로 떨어져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을 다투게 된다.

한국은 초반 열세를 딛고 동점 추격을 해 7회까지는 팽팽히 맞섰다. 하지만 8회말 등판한 고우석이 자신의 미숙한 베이스커버로 이닝을 끝내지 못한 것이 화근이 돼 3실점하면서 일본에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한국이 1회초 박해민의 볼넷과 이정후의 2루타로 1사 2, 3루의 좋은 기회를 잡고도 양의지와 김현수가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는 바람에 선취점을 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일본은 3회말 연속안타와 보내기번트로 1사 2, 3루 찬스를 엮자 사카모토 하야토가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날려 선취점을 뽑았다. 5회말에는 야마다 데쓰토가 2루타를 치고나가자 요시다 마사타카의 적시타가 뒤를 받쳐 2-0을 만들었다.

비록 2실점하긴 했지만 한국 선발투수 고영표는 5회까지 그런대로 잘 막았다.

일본 선발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호투에 말려 5회까지 한 점도 내지 못하고 끌려가던 한국 타선이 6회초 분발했다. 선두타자 박해민이 좌측으로 빗맞은 행운의 안타를 쳤고 상대 좌익수가 볼을 흘리는 실책을 범하는 틈을 타 2루까지 내달렸다. 곧이어 강백호가 좌전 적시타를 쳐 박해민을 홈으로 불러들여 1-2로 추격했다. 

   
▲ 사진=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공식 SNS


다음 타자 이정후의 우전안타로 무사 1, 3루의 황금 찬스가 계속됐다. 여기서 양의지가 또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김현수가 바뀐 좌완투수 투수 이와자키를 상대로 중전 적시타를 때려 기어어 2-2 동점을 만들었다. 다만, 계속된 1사 1, 2루에서 오재일과 오지환이 연속 삼진을 당해 역전까지 성공하지는 못했다.

이후 양 팀의 치열한 불펜싸움이 이어진 가운데 한국이 8회초 2사 후 김현수의 2루타로 먼저 앞서갈 기회를 잡았다. 대타로 나선 최주환이 평범한 2루 땅볼을 쳐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차우찬, 조상우의 무실점 계투에 이어 8회 고우석이 등판했다. 고우석은 1사 후 안타를 하나 맞긴 했지만 곤도 겐스케를 1루쪽 땅볼로 유도했다. 완벽한 병살 타구였다. 그런데 2루를 거쳐 1루로 송구된 볼을 베이스커버 들어갔던 고우석이 뒷발질로 베이스를 찾지 못해 더듬는 사이 겐스케가 세이프됐다.

화를 부른 실수였다. 고우석은 자신의 실수로 이닝을 끝내지 못해 자책한 탓인지 폭투를 범해 주자의 2루 진루를 허용하는 등 제구가 크게 흔들렸다. 고우석은 무라카미 무네타카를 고의4구로 거르고 다음 타자 가이 타구야와 승부를 택했지만 제구가 계속 안돼 볼넷을 내줬다.

2사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야마다 데쓰토가 고우석으로부터 좌중간 담장 상단을 때리는 싹쓸이 2루타를 터뜨렸다. 한국의 패배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고비를 넘기지 못한 고우석, 두 차례 득점 찬스를 날리는 등 4연속 삼진으로 공격 흐름을 끊은 4번타자 양의지는  악몽의 한일전을 치렀다.

이제 한국은 패자부활 준결승을 거쳐 결승행을 노려야 하는 힘든 상황으로 내몰렸다. 패자 준결승에서 만나는 미국에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2-4로 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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