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최근 며칠 간 즐겨 찾아보던 어떤 기사가 갑자기 사라졌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황당하면서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 찾아보지 않을까.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본회의까지 최종 통과하면 벌어질 일이다.
민주당은 조만간 소관 상임위인 국회 문체위에서 전체회의를 갖고 법 개정안을 단독처리한 후 오는 25일 본회의에 상정해 통과시킬 계획이다.
민주당이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현재 여론전에 들어간 가운데, 언론중재법 개정안 문제 중 하나인 '열람차단 청구권 신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법안에는 열람차단 청구권이 신설됐다. 이에 따르면 고의나 중과실로 '추정'되거나 문제있는 보도라고 이용자의 '청구'가 들어갈 경우 인터넷포탈 및 동영상 플랫폼 등에서는 해당 보도를 열람하는 걸 차단해야 한다.
고의적이라고 추정되거나 청구만 들어가도 기사 작성자가 이유도 모른채 사라지는 기사들이 발생할 전망이다.
법안은 열람차단 청구권에 대해 3가지 경우에 한해 보장하고 있지만 이 조차 문제다. 법적으로 정리되지 않아 모호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우선 법안에 따르면, 언론보도 등의 제목 또는 전체 맥락상 본문의 주요 내용이 진실하지 아니한 경우다. 둘째로 사생활 핵심영역을 침해하는 경우다. 마지막으로 인격권을 침해하는 경우다.
이는 전부 판례로 확립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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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월 2일 '징벌적 손배법 반대투쟁 릴레이 시위'에 참석해 더불어민주당에게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박민규 기자 |
특히 법안에 담긴 (최대 5배까지 나오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맞물려 이용자가 청구할 경우, 인터넷 포탈과 플랫폼 운영자 측에서 해당 보도의 열람을 즉시 차단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방법원의 한 현직 부장판사는 6일 본보 취재에 "기업이든 정치인이든 특정 보도에 대해 일단 '허위다', '고의적인 중대한 과실'이라고 주장하면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하면서 열람차단까지 함께 청구할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추가 보도를 막는 위축 효과는 물론이고 일단 포탈 같은 곳에서 기사 노출이 차단되기 때문에 세간에 덜 알려지고 독자들이 '아 이게 잘못된 가짜뉴스인가'라고 착각하게 만든다"며 "인터넷 기사로 피해를 본 경우 기사 열람 차단을 청구할 수 있게 한다는데, 피해의 개념도 모호하고 그 판단은 주관적인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특히 그는 "3가지 경우로 한정해 열람차단 청구권을 신설했지만 진실 여부는 그 누구도 모른다. 판사도 모르는데 사생활이다, 인격권 침해다 해서 열람을 차단해 달라고 하면 어떤 기사도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5일 열린 '법 개정안 관련 긴급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참석한 이승선 충남대 교수는 "열람차단을 청구하고 그 청구 표시가 되게 하여 '이 기사는 문제가 된 기사다'라는 식으로 '전략적 호도' 전술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이사 또한 "기사 열람 차단에 대한 것은 더 논의되어야 한다"며 "피해 구제 입장에서 좀 과하다"고 지적했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도 이날 긴급토론회에서 "기술적 조치를 하는 신청 자체만으로 낙인 효과를 갖고 있어 위헌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이 법이 통과되었으면 예전 최순실 보도는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최순실씨 관점에서 보면 전부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이 현재 언론중재법 개정안대로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할 경우, 이는 내년 초 치러질 대선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소관 상임위나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집권여당이 결국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입맛대로 언론 보도를 통제하겠다는 검은 속내로 밝혀질지, 진정한 언론개혁을 위해 각계 전문가 및 유관 단체들과 재논의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