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들 둘러싼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탄중위는 2018년 기준 6억8630만톤이었던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50년까지 2540만·1870만·0톤으로 줄이는 3개안을 공개했다. 이 중 1안은 석탄화력발전소 7기를 유지하는 것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은 56.6%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원자력과 액화천연가스(LNG)발전 비중은 7~8% 수준으로 낮추고, 연료전지는 9.7%로 책정됐다.
또한 암모니아를 비롯한 무탄소신전원이 14.1%를 차지할 전망으로, 2안은 석탄발전을 없애고 연료전지를 10%대로 높인다는 시나리오다. 3안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원자력도 6%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이다. 이 경우 재생에너지는 70%를 넘어가고, 무탄소신전원도 21.4%에 육박하게 된다. 연료전지도 1.4%로 축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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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에너지 수요변화./그래프=환경부 |
이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를 비롯한 업계는 현실성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방향은 공감하지만 수소환원제철과 원·연료 전환을 비롯해 감축수단으로 지목되는 기술들의 상용화 시점이 확실치 않은 가운데 목표만 너무 앞서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과의 소통 부족도 문제점으로 언급됐다.
이들은 우리 산업구조가 제조업 위주라는 점에서 일자리 감소 및 제품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설파했다. 에너지 다소비 업종 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걸쳐 원가상승에 따른 여파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감축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도 "한국의 경우 택지 개발 및 태양광발전소 보급 확대 등으로 산림이 줄고 있어 연간 이산화탄소 4000만톤 흡수도 힘들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며, 기술 부족 등으로 1000만톤 포집도 쉽지 않은게 현실"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산업부문 중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철강업계는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포스코·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이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100% 도입하기 위해서는 68조5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필요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올 2분기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업계 전체가 6년반 가량 번 자금을 오롯이 쏟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이번 실적은 전방산업 호조에 힘입어 대폭 향상된 수치라는 점에서 실제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일러 교체 등으로 연료를 전환해야 하는 석유화학·정유업계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로, 반도체·전자·디스플레이 등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업종도 에너지전환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텍사스 내 삼성전자 공장은 지난 겨울 한파로 풍력·LNG발전 설비들이 빙결되자 6주 가량 가동을 멈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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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전비용·단가 시나리오/사진=한국원자력학회 기자간담회 유튜브 캡처 |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 및 기존 발전소 폐기(좌초자산) 등 에너지전환에 필요한 비용문제도 합리적으로 고려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원자력학회 에너지믹스특별위원회는 지난 5일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와 함께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2050년 에너지믹스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노동석 박사는 "재생에너지 비중에 따라 2050년 발전비용은 2019년(50조7000억원) 대비 50~100조원 가량, 발전단가도 kWh당 90.1원에서 최대 223.3원으로 증가할 수 있다"면서 "전기요금 인상요인은 50~123%에 달하고, 발전설비와 최대전력간 불균형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제주·전남 등 재생에너지 설비가 많은 지역에서는 바람이 불고 해가 뜨고 있음에도 '셧다운'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그는 "북유럽은 북해에서 연중 일정하게 바람이 불기 때문에 국내 풍력발전소 대비 2배 이상의 이용률을 기록할 수 있고, 캘리포니아 등도 강수량이 적기 때문에 우리보다 태양광발전에 유리하다"며 "외국은 자국내 자원 및 가용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수립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차이점이 있다"고 토로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독일과 유럽의 사례를 들어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따른 전력공급의 안정성 하락을 꼬집었다. 독일은 북부와 남부의 전력망을 연결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다른 유럽국가들이 독일의 에너지믹스를 따라가게 되면 간헐성 문제를 떠넘기는 것도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탄중위는 지난 5월29일 출범한 대통령 직속 조직으로, 오는 7일 출범 예정인 탄소중립 시민회의를 통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부처간 논의 등을 거쳐 10월말까지 정부안을 확정해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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