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올해 후반기 한미연합훈련 시작일인 10일에 발표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에선 지난 1일 담화보다 비난 수위가 높아졌다. 7월 27일 남북통신연락선 복원 이후 김 부부장은 한미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두번째 담화를 냈지만 특유의 독설을 섞지 않아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에 “위임에 따라 이 글을 발표한다”고 밝힌 김 부부장은 “한미훈련을 실시한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이라며 “강력한 선제타격능력을 보다 강화해나가는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미군이 남조선에 주둔하고 있는 한 한반도 정세를 주기적으로 악화시키는 화근은 절대로 제거되지 않을 것”이라며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본격적으로 거론했으며, “더욱 엄중한 안보 위협에 직면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해 무력시위로 대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동안 한미의 대화 제의에 무반응으로 일관해오던 북한은 이날 ‘김여정 담화’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위선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그런 만큼 앞으로 대화 문턱을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핵 개발을 정당화하면서, 대북적대시정책 철회에 주한미군 철수를 명확히 포함시켰다”며 “향후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를 주요 조건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이어 “향후 북미 관계는 물론 남북관계에 교착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며 “북한은 이번에 미국이 제시한 외교적 해법을 다시 한번 노골적으로 거부했다. 북미 대화의 조건은 미국의 선제적 행위, 국정원이 밝힌 대로 제재의 일부 해제가 없이는 불가하다는 입장이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북한이 한미훈련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의 규모를 축소하거나 연기하는 것으로는 만족하기 어려우며, 결국 훈련의 중단이나 영구 철폐가 그들의 목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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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사진=연합뉴스 |
차 위원은 이어 “이번 김여정 담화는 나름대로 수위를 관리한 것으로 판단되고, 한국정부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도록 해서 추후 대북제재 완화 및 해제에 앞장서는 등 더 큰 양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무언의 요구가 반영됐다고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차 위원은 “현재 북한이 내부 상황과 관련해 아무런 경제·사회적 타격이 없는 것처럼 가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북미 협상의 장기 표류에 당황해하고 있으며, 남북대화와 북미 대화 모두에서 명분을 찾으려는 초조함이 감지된다”고 평가했다.
‘김여정 담화’ 이후 북한의 무력시위 등 도발 여부와 관련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 전망이 엇갈렸다. 당분간 북한의 주시와 관망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SLBM 등 신형전략무기 시험발사로 대응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차두현 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 이후 북한의 반응을 보아야 더 확실해질 것이지만 북한도 과거에 비해 관심을 두지 않던 남북교류협력 수준의 보상도 아쉬워하기 시작한 만큼 당분간 대남 도발보다는 주시와 관망이 주를 이룰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원곤 교수도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한미훈련에 대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자멸적인 행동’ 등으로 규정했지만, 이전과는 달리 ‘상응하는 조치,’ ‘응분의 대가’ 등 도발을 예고하는 표현은 절제했다”고 지적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직면한 함경남도 일대의 수해 피해,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강경대응의 수위는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과감한 스타일을 고려하면 SLBM 등 신형전략무기 대응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무력시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반면, 김동엽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새로운 무기시험을 실시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고 본다”며 “지난 3월 21일 순항미사일, 3월 25일 신형단거리탄도미사일(탄두중량 2.5톤)을 발사한 이후 지금까지 추가적인 군사행동이 없었다. 이미 단거리탄도미사일과 초대형방사포에 대한 시험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다음 순서는 신형 잠수함이나 SLBM과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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