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금융안정화 예산 계획대비 46%만 집행…신보, 53% 불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산업은행이 지난해 금융시장안정화 명목으로 17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을 배정했지만 실제 집행률은 40%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관부처에서 자금을 지출하는 집행실적과 더불어 최종 수혜자에게 자금이 투입되는 실집행 실적을 함께 산출해 정확한 실집행비율을 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 산업은행 본점 사옥 / 사진=산업은행 제공


12일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2020회계연도 결산 총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산은은 △BIS비율 보전 및 손실보전 △저신용등급 포함 회사채·CP 매입기구 설립 등을 위해 '금융시장안정화'라는 명목을 달아 19조 90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여기서 산은은 지난해 금융시장 안정화 프로그램 추경 운용목표액으로 16조 9000억원을 배정했다. 하지만 실제 집행실적은 7조 7577억원으로 집행률은 45.9%에 그쳤다. 산은은 저비용항공사(LCC) 긴급지원 대책과 코로나19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등을 위해 총 16조 9000억원의 금융지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시장 안정화 프로그램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LCC 지원(운용목표액 3000억원) △중소·중견기업 대출(5조원) △비우량 회사채·CP 매입기구(SPV) (2조원) △증권시장안정펀드(1조원) △채권시장안정펀드(2조원) △회사채 신속인수제도(2조 2000억원) △회사채 차환 지원(1조 9000억원) △CP 등 차환 지원(1조 5000억원) △신보 신용보강 CP(1조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 산업은행이 제출한 지난해 금융시장 안정화 프로그램의 운용목표 및 집행실적. 산업은행은 증권시장안정펀드 집행률이 2.0%, 채권시장안정펀드 집행률이 30.0%라고 해명했다. / 자료=국회예산정책처 제공


이들 항목 중 산은은 LCC 지원에 3215억원을 집행해 107.2%의 초과 집행률을 보인 반면, 증권시장안정펀드와 회사채 신속인수제도에 각각 200억원, 1845억원을 투입해 집행률이 2.0%, 30.0%에 그쳐 편차가 극심했다. 

이 외에도 집행률만 놓고 보면 중소·중견기업 대출 71.4%, 비우량 회사채·CP 매입기구 61.0%, 채권시장안정펀드 15.0%, 회사채 차환 지원 22.3%, CP 등 차환 지원 74.5%, 신보 신용보강 CP 30.0%에 그쳤다. 코로나19로 위기에 놓인 산업계를 지원하는 데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를 두고 금융위원회는 "증권시장안정펀드의 경우 펀드 조성 이후 코스피 지수가 펀드투자지침 상 집행지수(1500)를 상회해 집행이 부진했다"며 "채권시장안정펀드,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회사채 차환지원은 회사채 시장 안정화에 따라 수요가 감소했고 SPV 등 유사 프로그램으로 수요가 분산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가 자본손실 보전용도로 출자한 자금을 두고도 문제를 제기했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산은이 16조 9000억원을 사업하면서 발생하는 자본 손실액을 (정부가 보전 용도로) 1조 6521억 3000만원을 준 건데 실제 사업집행액은 7조 8000억원만 이뤄졌다. 나머지 54.1%의 출자금은 사실상 놀고 있는 셈이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이를 산은이 자본으로 회계처리하는 건 문제가 없지만 산은이 예산의 45.9%만 집행한 만큼 실집행실적을 100%로 표기하는 건 옳지 않다"며 "실제 최종수혜자에게 얼마나 돈이 들어갔는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은이 16조 9000억원 만큼 계획한 사업을 모두 집행하게 되면 그에 따라 발생하는 자본 손실을 보전하는 용도로 정부가 손실예상액 1조 6521억 30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교부금은 산은의 실집행률이 100%일 때 받아야 하지만 실제 집행률이 45.9%에 불과한 만큼, 이를 자본에 편입하고 실집행실적 100%로 표기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산은 측은 출자예상액보다 집행액이 과소 배정된 걸 인정하면서도, 코로나19를 예측하는 게 불가항력적인 요소인 만큼 예산 과책정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산은 측 관계자는 "실제 집행되는 걸 보고 순차적으로 집행돼야 하는데 한 번에 집행을 많이 해서 실적이 없으면 어떡하냐는 주장이다"며 "지금으로선 그렇게 평가할 수 있지만,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당시 우리로선 더 악화될 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야 했다. 회계 상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다. 

코로나19에 따른 피해가 어느정도 가늠이 되는 현재의 상황을 기준으로 지난해 집행예상액이 과다했다는 건 과도한 판단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어 산은 측은 "아직 코로나가 종식된 게 아니고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 자금이 향후 좀 더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며 "만약 (코로나가) 잘 마무리되어 예산이 남는다면 거꾸로 다른 정책금융을 할 수도 있다. 그런 긴 호흡으로 연속성을 가지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기관별 금융지원 분야 목표 대비 성과 현황 / 자료=국회예산정책처 제공


신용보증기금도 코로나19에 취약한 소상공인에게 금융지원을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신보가 수행하는 프로그램의 추경 공급목표액은 31조 4000억원이었지만 실제 집행액은 16조 5000억원으로 집행률이 52.6%에 불과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공공기관·펀드 출자사업은 최종단계의 집행실적과 무관하게 실집행실적을 100%로 처리하고 있다"며 "이와 같은 실집행실적 처리는 출자사업의 성과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게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소상공인 2차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경우 지자체 및 금융기관마다 이차보전대출 등 유사 프로그램을 운용했기 때문에 타 금융지원 프로그램과 수요가 분산됐다"며 "기업어음 차환발행기업 지원 특별대출보증의 경우 '저신용등급 포함 회사채·CP 매입기구' 등 유사 프로그램으로 수요가 분산돼 집행이 부진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해 이들 기관과 함께 금융지원 사업에 나선 기술보증기금과 IBK기업은행은 금융지원 사업에 투철히 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보는 추경목표액으로 4조 3000억원으로 배정했는데 전액을 집행해 집행률 100.0%를 기록했다. 

기은은 금융시장 안정화 명목으로 11조 7000억원을 목표액으로 설정해 15조 6000억원을 집행했다. 기은은 초과 집행으로 133.7%의 달성률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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