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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정 외교안보팀장 |
[미디어펜=김소정 외교안보팀장]13개월만에 남북통신선을 복원하면서 청와대는 지난 4월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간 친서교환의 결실이라고 밝혔다. 그날은 7월 27일 6.25전쟁 정전협정일이었다. 그리고 8월 1일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내고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김 부부장은 8월 10일 한미훈련이 개시된 날 다시 담화를 내고 한미훈련을 비난했으며, 그날 오후부터 복원 2주만에 남북통신선을 다시 불통으로 만들어버렸다.
주목할 것은 이번 김여정 담화는 특유의 독설을 섞지 않았지만 10일 담화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 부부장은 1일 담화에선 한미훈련 중단을 요구하면서 통신선 복원에 대해 ‘물리적 연결’ 이상의 의미를 달지 말라고도 했다.
남북 정상간 주고받은 친서에 한미훈련 중단 합의 등이 포함됐을리가 없는데도 일방적인 요구를 하면서도 당당한 ‘김여정 담화’에서 북한은 여전히 자신들의 방식으로 남북관계를 주도하려는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사실 김정은정권 들어서 북한은 이전보다 더 집요하게 대북전단살포 금지와 한미훈련 중단을 요구해왔다. 그리고 이번에 김 부부장이 직접 한미훈련을 거론한 것은 남한에서 대북전단살포 금지를 이끌어낸 이후 다음 목표를 제시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없이 결렬된 이후 김정은정권의 한미훈련 중단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북한은 4월 25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이 담화를 통해 4.27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도전이라며 한미훈련을 맹렬하게 비난했다. 그해 5월부터 11월 말까지 12차례에 걸쳐 단거리 발사체를 시험발사했고, 10월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했다. 또 8월 16일 북한 조평통이 담화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삶은 소대가리도 양천대소한다(하늘을 우러러보며 큰 소리로 웃는다)’고 조롱한 것도 한미훈련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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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사진=연합뉴스 |
북한의 대남 및 대외 문제를 김여정 부부장이 주도하고 나선 것은 2020년 이후부터이다. 김 부부장은 그해 6월 대북전단살포를 맹비난하는 담화를 냈고, 북한은 6월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시켰다. 이와 관련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정은정권에서 북한의 국내정치와 대남정책이 김일성·김정일 시대보다 훨씬 긴밀하게 연계돼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김정일정권보다 탈북민, 대북전단살포, 한미훈련에 더 집착해온 김정은이 이 문제에 자신의 친여동생인 김여정을 앞세운 점을 볼 때 동의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북한은 대북전단살포 문제로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물론 평양시민들을 동원해서 대남 규탄 총궐기대회도 열었다. 그런데 김정은정권에서 북한주민 궐기대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집권한지 2개월만에 우리 군의 한 내무반에 붙은 ‘전투구호’ 하나 때문에 북한주민 궐기대회가 벌어졌던 일이 있었다. 발단은 인천의 한 군부대 내무반에 붙은 ‘때려잡자!김정일, 쳐!! 죽이자! 김정은’이란 원색적인 ‘전투구호’가 국내 한 언론에 보도된 것이었다. 당시 북한은 국방위. 조평통,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잇달아 냈고, 북한 전 지역 주민들을 동원해 궐기대회를 열었다. 북한의 주장은 “북한의 신성한 최고존엄에 대해 남측에서 ‘중상모독’을 했다”는 것이었다.
북한처럼 독재국가에선 특히 통치자 개인의 성향이 정책을 좌우한다. 정성장 센터장은 최근 발간을 앞두고 있는 ‘김정은 정권의 대남정책 지속과 변화 평가’ 논문에서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대남정책이 초강경에서 유화로, 다시 유화에서 초강경으로 여러차례 변화한 것에 대해 김 총비서의 ‘조급성’과 ‘전술적 유연성’ 및 ‘성과 중심적 사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볼 때 이번에 나타난 북한의 입장은 한미훈련이 종료된다고 해서 사라질 것은 아닌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또 대화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북한은 지난 ‘하노이 노딜’에서 얻은 교훈이 전혀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김정은 총비서 스스로 미국 조야의 견해와 전혀 다른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에만 의지했던 결과 협상 결렬이란 실패를 안았다. 북한이 여전히 하노이회담 의제였던 대북제재 완화를 목표로 한다면 ‘하노이 교훈’으로 새 전략을 짰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보복’을 염두에 둔 ‘새로운 길’을 발표한 바 있으며, 수년이 지나도록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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