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금 부족으로 올해 3천억 증자…배당액 1290억 책정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SC제일은행 노동조합이 사측의 과도한 배당금 결정을 두고, 반발하고 나섰다. 회사가 점포폐쇄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채권을 발행해 배당과 경영진 보수를 늘린 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19일 SC제일은행 노조에 따르면, 올해 SC제일은행은 2건의 배당을 통과시켜 총 1290억원의 배당금을 마련했다. 

1차 배당금 재원은 지난 3월 15일 열린 이사회에서 '원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서,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SC제일은행은 '운영자금' 용도로 3000억원의 채권을 발행했는데, 이 중 결산배당액으로 490억원을 책정했다. 배당성향이 19.7%에 불과하지만, 운영자금 부족으로 증자를 단행한 만큼, 배당금을 마련하는 건 잘못됐다는 노조의 설명이다.

이어 지난 12일에는 800억원의 중간배당이 이사회에서 결정됐다. 올해 배당액이 129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특히 800억원의 중간 배당은 6월 말 금융위원회의 자본관리 권고가 해제된 직후 이뤄진 것으로, 31.12%의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노조는 사측의 배당을 '국부유출'로 규정하며 지나치다고 평가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2019년 6500억원을 배당해, 208%의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2014년에는 적자인데도 1500억원을 배당,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유의' 조치를 받았다.

노조는 "은행에 투자돼야 할 돈이 배당으로 빠져나가는 형국이다. 타행은 앞다퉈 전산투자에 막대한 재원과 역량을 쏟아붓는 지금, SC제일은행은 시중은행 중 가장 낙후된 전산시스템으로 운영돼 고객에게 외면받고 있다"며 "기술금융 실적 또한 모든 은행이 올랐지만, SC제일은행만 곤두박질쳤다. 은행의 공공성과 사회적 공헌에는 무관심하다는 방증이다"고 비판했다.

경영진 보수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기준, 박종복 행장의 보수는 6600만원 오른 8억 63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인상폭이 큰 김홍식 전무는 11억 3800만원에서 14억 900만원으로 인상됐다. 

한편 SC제일은행 노조는 지난 17일 정은보 신임 금감원장과 금감원 일반은행검사국 국장을 만나, SC제일은행과 SC그룹에 엄격한 검사·감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단기적으로 배당을 순순히 가져갈 수 없게 해, 한국에 대한 투자를 유도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이 정착돼, 은행을 은행답게 거듭나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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