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전세대출·단체승인·비주택 등 11월말까지 중단, 서민필수상품 제외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NH농협은행이 오는 11월 말까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담보대출, 비주택담보대출 등의 신규 주택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주요 시중은행 중 첫 사례로, 가계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넘어선 데 따른, 불가피한 조처로 보인다. 농협은행을 시작으로 타 은행도 주택대출을 중단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주택 패닉바잉'이 한층 고조되는 모습이다.

   
▲ 사진=농협중앙회 제공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오는 24일부터 11월 30일까지 신규 주택대출[주택담보대출·전세담보대출·비대면 담보대출·단체승인대출(아파트 집단대출)]의 심사와 대출업무를 전면 중단한다. 

기존 대출의 증액이나 재약정도 신청을 받지 않는다. 비주택에 해당되는 토지와 임야도 중단리스트에 포함됐다. 

다만 집단대출(중도금·이주비·잔금), 양도상품, 나라사랑 대출은 제외된다. 부동산을 담보로 하는 긴급 생계자금 대출도 예외로 취급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이번 조처에 대해 "(가계대출에 대한 대책으로) 신용대출을 제외하면, 거의 중단된다고 봐야 한다. 전세대출을 포함해 가계대출이 전부 막혔다"고 전했다. 

농협은행이 강도 높은 가계대출 억제방안을 내놓은 것은 올 들어 가계대출 증가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특수은행인 농협은행부터 선제적으로 관리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은행은 올 상반기 금융당국이 설정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은행의 상반기 말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 대비 5.8% 증가해, 다른 은행보다 많은 편이었다. 같은 기간 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KB국민은행 1.5%, 우리은행 2.1%, 하나은행 3.4% 등을 기록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5~6%로 맞추겠다는 목표를 잡았는데, 상반기 증가율을 연 환산하면 8~9%이기에, 하반기에는 3~4%로 맞춰야 한다"고 우려했다. 

농협은행은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을 5% 미만으로 떨어뜨려야, 연간 목표치인 5~6%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의 7월 말 주담대 잔액은 지난 연말 대비 7조원 이상 늘어, 증가율은 8%를 넘어섰다. 

농협은행 측은 과거 체결된 집단담보대출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면서 일시적으로 대출잔액이 급증하게 된 만큼, 대출중단이 불가피한 조처라는 입장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대출이 크게 늘어난 주요 요소는 집단담보대출이 늘어서이다. 최장 1~2년 또는 2~3년 전 계약한 건들이 승인되는 것인데, 이를 통제할 수단이 없다"며 "최근 1년 이내 대출건도 많은데 이런 것들이 6개월마다 실행되다보니, 대출이 늘어난 주요 원인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신용대출도 금융감독원의 권고를 반영해, 오는 24일부터 차주의 연봉 수준을 상한선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농협은행 측은 "(개편된) 신용대출은 차주의 연봉수준에 맞춰, 24일부터 집행될 예정이다. 한도가 최대 1억원인 만큼, 연봉이 1억원을 넘으면 1억원까지 대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13일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들에게, 직장인 신용대출의 한도를 연봉의 100% 이하로 낮추라고 주문했다. 신용대출 한도 제한을 지키지 않은 은행에 대해서는 현장 검사를 나가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주요 은행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대출 규제에 이어 농협은행이 신규 주담대와 전세대출을 묶으면서, 올 가을 이사를 앞둔 부동산 실수요층을 중심으로 불안함도 한층 고조되고 있다. 

부동산 거래 특성상, 잔금대출을 비롯해 리모델링 등 인테리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별도로 신용대출을 일으키는 경우가 대부분인 까닭이다. 

이와 함께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내집 마련에 대한 불안함이 '주택 패닉바잉'으로 이어지고 있어, 가계부채 증가세는 쉽사리 잡히지 않을 전망이다.

유경원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실물 주택시장과 금융당국의 조처가 함께 가야 한다. 금융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한쪽(주택금융)만 틀어막는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 주택공급에 대한 명백한 시그널을 (정부가)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정책은 피해자만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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