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다빈 기자]일부 시중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했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가계 부채 상승을 지목하고 금융권을 압박한데 따른 조치다.
잔금은 남았는데 자금 조달책이 막혀버린 예비 입주민들은 시름도 늘었다. 주담대 봉쇄가 실제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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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대출길이 연달아 막히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전날까지 접수한 대출만 기존대로 심사를 진행하고 이날부터 오는 11월까지 신규 가계 부동산담보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이 기간 전세대출, 비대면 담보대출, 단체승인 대출(아파트 집단대출) 역시 신규 접수하지 않을 계획이다. 농협중앙회는 전국 농·축협의 집단대출을 일시 중단하고 60%인 대출자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자체적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NH농협은행에 이어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도 일부 가계 대출 상품의 취급을 제한하거나 중단하는데 이르렀다. 우리은행은 지난 20일부터 전세자금대출 신규 취급을 제한하고 있다. SC제일은행도 담보대출 중 하나인 '퍼스트홈론' 중 신잔액 코픽스 금리 연동 상품의 신규 취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연간 6%로 억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가계 부채 증가를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보고있다. 매맷값과 전셋값이 동반상승하며 2030세대를 중심으로 번진 '패닉 바잉(공포 매수)'이나 '영끌 매수(대출로 영혼까지 끌아모아 매수)' 등 무리한 부동산 대출이 주택 가격 거품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전세대출을 이용한 갭투자 역시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가계 대출은 지난해 1분기 1611조4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1765조원으로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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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은행 대출 창구./사진=연합뉴스 |
시중은행에서 잇따라 대출을 일부 중단하자 타 은행에서도 대출길이 추가적으로 막힐 것을 우려하는 수요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는 현재 대출을 일부 중단한 은행 외 다른 금융회사는 가계대출 자체 취급 목표치까지 여유가 있어 적정 공급이 이뤄질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금융위는 NH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는 올해 가계대출 취급 목표치를 크게 초과해 특별한 조처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대출 절벽에 잔금이 남은 예비 입주민들은 패닉 상태다. 예비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금융권 압박이 심화되고 수요자들이 타 금융회사로 몰리며 남은 대출 상품도 한도가 빠르게 소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말까지 남아있는 잔금을 현금으로 치룰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으면 분양 받은 아파트의 입주가 힘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대출 옥죄기가 부동산 안정화에 효과가 있을지도 미지수다. 주택마련 자금 조달책이 막혀 버리거나 당장 전세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된 수요자들의 단기적인 관망세가 나타날 수는 있다. 하지만 고공행진하고 있는 매맷값과 매수 심리를 근본적으로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대부분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대출 중단 상황에서는)대출 부담이 덜한 중저가 아파트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대출 규제가 더욱 강화되고 금리 인상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매수 심리가 지속해서 관망세를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여 수석연구원은 이어 “고가 아파트는 대출과 무관한 부분이 크고 이번 대출 중단 상황은 서민 실수요자들이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며 “부동산 가격 관련해서 현재 매맷값이 높은 것은 집주인들이 주택을 거둬들이거나 내놓지 않은 영향이 큰데 이와 같은 부분은 대출 규제와 상관 없는 세부담 등이 원인이기에 부동산 가격은 현재의 높은 흐름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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