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외국인 순매도 규모 지난해 전체 넘어…수급 공백 속 매수세 이어지는 업종 눈여겨봐야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유가증권시장(코스피)·코스닥에서 외국인들의 순매도세가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연초부터 이달까지(지난 20일 기준)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거래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 전체 순매도 규모를 뛰어 넘었다. 외국인 수급 공백 속 대안이 될 업종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까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외국인의 코스피·코스닥 순매도 규모는 30조32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외국인 순매도 규모(약 25조원)를 이미 넘어선 수치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6조1900억원가량을 팔아 치우며 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월별로는 지난 4월(약 830억원 순매수)을 제외하면 매달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외국인의 순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이달 코스피 수익률은 주요 20개국(G20) 최하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 배경을 살피고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우 중국의 산업 규제 및 경기 둔화로 아시아 이탈 조짐이 뚜렷하다”면서 “우리나라는 아시아 현금인출기로 인식되는 탓에 다른 국가들보다 자금 이탈 압력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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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유진투자증권 제공 |
실제 국내 증시와 대만 증시에서 유사한 흐름을 보여왔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유난히 대만보다 한국 주식을 더 많이 팔아치웠다. 연초 이후 대만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보다 9조원 가량 적은 약 180억달러(약 21조원)를 순매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과 대만 증시를 바라보는 태도는 이달 들어 온도차가 더 뚜렷해졌다. 8월 대만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는 완만해진 반면 국내에서는 순매도 규모가 오히려 확대됐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 가장 큰 원인으로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중국 정부의 알리바바 등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에 대한 규제를 꼽을 수 있다. 중국 정부의 규제 피해가 국내 시장으로 전이된 양상이다.
알리바바 주가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는 거의 유사한 흐름을 보이는 점도 이를 반증한다.
여기에 바이러스 재확산 영향,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황 우려가 겹친 점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또 국내 대규모 기업공개(IPO) 물량 부담도 한몫을 했다.
국내 증시 강력한 투자 주체인 외국인의 수급 공백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그들의 매수세가 유입되는 업종을 눈여겨 보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허 연구원은 “수급 공백기에는 시장 접근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강력한 투자 주체의 힘이 약해지면 주도주 추세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 시장의 추세의 연속성이 약해질 수 있어 위험관리가 필요하다”면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우위 국면에서도 매수세가 이어지는 업종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올해 외국인 투자자들은 2차전지를 비롯한 화학 업종과 카카오뱅크 등 은행, 통신, 서비스업종에 대한 매수세를 이어오고 있다”면서 “7월 이후에는 은행, 통신, 제약, 철강 업종에서 순매수세를 보이는 만큼 이들 업종이 수급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매도 압박이 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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