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자산관리 등 핵심사업 매각난항…단계적 폐지도 고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소매금융 매각 방안을 결정하지 못하고 9월로 연기했다. 특히 알짜사업으로 불리는 신용카드와 자산관리 부문을 부분 매각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씨티은행이 부분 매각에도 실패하면 단계적 폐지를 밟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오는 26일 열리는 정기 이사회에 국내 소매금융 부문 '출구전략 방향' 논의 안건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 한국씨티은행 본점 / 사진=한국씨티은행 제공


당초 씨티은행은 7월 중 출구전략 방향을 확정짓겠다고 언급했지만, 인수의향자들과의 매각협상을 비롯해 임직원 고용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8월로 미뤘고, 이번에 또다시 한 차례 미뤄지게 됐다. 매각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되 가장 효율적인 매각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이사회의 셈법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유명순 씨티은행장은 전날 직원들에게 배포한 'CEO 메시지'에서 "저와 경영진은 지난 몇달 동안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의 출구전략과 관련해 가능한 모든 실행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해왔다"며 "하지만 보다 신중한 의사결정을 위해 9월 이후에 출구전략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뒤이어 "특히 직원 여러분들의 진로와 관련해 현재까지 논의돼 온 대안을 중심으로 모든 직원을 보호하도록 하겠다"며 "이를 위해 이사회와 출구전략을 면밀하게 검토 및 논의하고 있으며, 최종적인 결정에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전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그동안 소매금융 부문 인수의향서(LOI)를 내고 실사에 참여했던 복수의 금융사들과 매각 조건 등을 협의해 왔다. 하지만 양측이 매각·인수 조건을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않으면서 협의가 계속 지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수의향자 측과의 협의는 '부분매각'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후문이다. 

다만 부분 매각이 어려워지면, 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폐지하는 '단계적 폐지'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씨티은행으로선 사실상 마지막 선택지다. 

   
▲ 한국씨티은행 노조가 본점 앞에서 1인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 제공


한편 대척점에 있는 노조는 소매금융 철수에 대해 직원들의 '고용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는 한편, 졸속 부분매각과 자산매각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과거 입장문에서 "씨티은행은 연 2000억∼3000억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흑자 기업으로 소비자금융 매각·철수가 시급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히는 한편 "씨티은행이 부분매각이나 자산매각방식을 강행할 경우, 대량실업과 큰 사회적 갈등이 재연될 수 밖에 없다. 매각과정에서 노조의 참여와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소매금융에 종사하는 인력은 전체 직원의 79%인 2500여명에 달한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