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남철수 미군 원폭투하설 왜곡, 6.25 남침 침략자도 언급안해

   
▲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
한편의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놓고 역사 해석의 갈등이 멈추지 않고 있다. 13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국제시장>과 연초에 방영된 KBS의 광복70주년 다큐멘터리 <뿌리깊은 미래>가 바로 그것이다. 이 두 작품은 해방과 6·25전쟁을 둘러싼 시대상을 다루고 있다.

영화는 상상력의 산물이다. 그렇기에 영화가 역사를 다룰 때 연출자는 반드시 역사학자의 입장에 서는 것은 아니다. 영화가 인간사에 대해 새롭고도 진지한 성찰과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서 영화는 역사를 기존의 해석과 다르게 묘사할 자유가 있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라면 다르지 않을까. 사전에서 찾아 본 다큐멘터리는 ‘널리 누구나 공감하는 진실을 추구하는 장르’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큐멘터리, 특히 KBS와 같은 공영방송의 다큐멘터리의 내용은 ‘진실’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다큐멘터리 제작자에게는 그 내용이 진실임을 보증하는 책임이 주어진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이러한 상식과는 정반대가 되는 상황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광복 70주년 특집 KBS 다큐멘터리 <뿌리깊은 미래>가 보여준 것은 거짓이었고, 영화 <국제시장>이 보여준 것은 진실이었다. 영화의 첫 장면 흥남철수를 기억해보자. 1950년 12월 중순 중공군에 쫓겨 남쪽으로 가려는 피란민 10만 명이 흥남 부두에 몰려 들어 갈 곳 없는 처지가 되었다.

당시 미군의 통역자였던 현봉학 선생의 간절한 설득 끝에 민간인 승선이 결정되어 12월 24일까지 9만8000여 명이 배 193척에 나눠 타고 남으로 왔다. 눈보라가 몰아치던 엄동설한 부두에서 아우성치던 사람들의 모습, 병력과 장비의 움직임 그리고 덕수 가족의 한맺힌 눈물까지도 <국제시장>은 정확히 그려냈다.

   
▲ '광복70주년 특집 뿌리 깊은 미래' /KBS 방송캡쳐 화면
KBS다큐 <뿌리깊은 미래>는 이 장면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미국이 원자폭탄을 투하할지 모른다는 얘기가 돌아 미군과 함께 배를 타야 했다”는 식으로 이들이 북한이 싫어서 떠난 것이 아니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흥남부두의 폭파 장면을 수 초 동안 보여주면서 사실과 진실을 비틀어버렸다. 세계전사에도 남은 최대 규모의 해상 철수작전을 영화는 그대로 보여주었고 다큐는 과감하게 왜곡하였다.

또 전쟁의 발발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역사 다큐멘터리라면 응당 밝혔어야 하는 ‘도발자’에 대해 침묵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38선 전역에서 동시에 자행된 북한 공산군의 남침 사실을 빼버렸다. 그리고 북한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에는 침묵하면서도 국군의 9·28 서울 수복 이후 공산군 부역 혐의자 처벌은 부각했다.

영화 <국제시장>이 6·25전쟁의 상황은 물론 당시 피란민들의 힘겨웠던 삶을 아주 사실적으로 극화했다는 이야기가 그 시대의 증언자들로부터 연이어 나오고 있다. 혹자가 ‘토가 나온다’고 비난했던 그 상상력을 발휘한 영화에서 말이다. 이쯤에서 그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실을 추구한다는 KBS <뿌리깊은 미래>의 역사 왜곡에 대해서는 과연 감격은 하는지….

다큐를 빙자한 의식화 영상물이 학생들에게 노출되고 있는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마르크스를 “사람을 따뜻하게 보려했던 사람”이라고 표현한 EBS의 다큐프라임이나, 독립 운동을 함께 해 온 민족지도자들이 백 년 전부터 싸우기만 한 것처럼 왜곡한 민족문제연구소의 <100년전쟁> 등 방사능 노출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날조물들이 쏟아지고 있다.

   
▲ 영화 국제시장.
KBS·EBS 등 공영방송이 제작한 다큐는 사람들이 특히나 신뢰를 한다. 교사들이 시청각 자료로 활용하기도 하고 학생들이 먼저 찾아서 접하기도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100년전쟁>을 수업 시간에 틀어줘 물의를 일으켰던 일부 전교조 교사 사건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이제는 공영방송이 역사 왜곡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 사회에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갈등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역사를 두고 오늘날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갈등은 상식으로도 이해하기 어렵다. 도대체 이러한 갈등은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바로 진실에 대한 왜곡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해방 70년, 지금까지 휴전선 이북에서는 일제 강점기 보다 더욱 가혹하고 심각한 수령 유일 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한강의 기적을 거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냈으며 이제는 통일을 앞두고 있다. 역사와 정통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영화 <국제시장>을 통한 진실의 재발견은 세대 간의 포용과 이해로 돌아오고 있다. 다큐 <뿌리깊은 미래>의 역사 갈등은 결국 거짓과 날조의 작품이었음을 증명해주었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는 명확해졌다. 갈등을 낳는 거짓을 뿌리 뽑아야 할 때다. /김소미  용화여자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