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다빈 기자]한국은행이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고자 약 3년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이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제한과 더불어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정부의 방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금리인상이 부동산 가격 안정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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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0.75%로 0.25%p 인상하기로 의결했다.
금통위는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지난해 3월 '빅컷'(1.25%→0.75%)과 5월 추가 인하(0.75%→0.5%)를 통해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75%p 인하한 이후 지난달까지 아홉 차례나 사상 최저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번 금리인상은 2018년 11월(1.50→1.75%) 이후 2년 9개월 만에 첫 인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1월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개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금통위가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그동안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부작용으로 가계대출 증가, 자산 가격 상승 등이 심해진데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어 내린 결정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자 간담회에서 "금리를 인상한 것은 경기 회복세 지속, 물가상승 압력, 금융불균형 누적 세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누적된 금융불균형을 완화시켜 나가겠다는 필요성 때문에 첫발을 뗀 것으로 이번 조치 하나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며 "집값도 그렇지만 금융불균형에도 저금리가 분명 영향을 줬지만 다른 요인도 같이 작용한만큼 오래 누적된 금융불균형을 해소하는 데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통화정책만이 아니라 다른 정책도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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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한국은행 |
이번 금리인상은 최근 일부 시중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이달 NH농협은행이 신규 가계 부동산담보대출을 중단한데 이어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이 신규 전세자금대출과 일부 가계 상품의 취급을 제한하기에 이른 것은 정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가계 부채 상승을 지목하고 금융권을 압박한데 따른다.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며 정부가 금리인상, 주담대 제한 등을 통해 대출길을 막아 부동산 수요 심리를 억누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인상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택 매맷값과 전셋값이 동반 상승세를 지속하는 주된 원인은 수급 불균형 때문이 크다는 분석이다. 임대차 3법 등으로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내놓지 않는 집주인들이 늘며 상승한 전셋값이 매맷값을 함께 들어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자들의 레버리지 마련에 제한이 생겨도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과거에도 금리인상이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확인된다. 한은은 지난 2010년 7월부터 2011년 6월까지 5차례에 걸쳐 기존 2.00% 였던 기준금리를 3.25%로 1.25%p 인상했지만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74.2에서 78.7로 상승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이번에 인상된 폭이 크지 않고 기준금리 인상과 더불어 대출 규모가 축소되는 등 대출 규제도 강화되고 있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며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함께 오르겠고 부동산 가격을 움직이는 금융 수요자들이 대출을 끼고 부동산을 거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대출 규제 강화와 함께 거래량이 줄 수는 있다"고 전망했다.
여 수석연구원은 "현재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뚜렷하고 부동산 가격의 핸들을 매도자가 쥐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금리인상과는 별개로 공급 부족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2019년 12·16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역 내 15억원 초과 고가주택의 주담대를 막고 규제 지역의 9억원 이상 주택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40%로 제한하는 등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기준금리와 더불어 주담대 금리가 인상되면 고가주택 수요자들이 아닌 일반 실수요자들만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순길 마이베스트부동산자산관리 대표는 "이번 한은이 금리를 인상한데에는 가계 대출 규모 완화 외에도 집값 상승세를 잡기 위한 정부의 의도가 있다고 해석된다"라며 "15억원 이상의 고가 주택 대출은 애초에 불가능한 상황에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시장에 유동자금이 아직 많다는 의미로 금리인상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단편적이며 오히려 서민들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은이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한데 따라 추후 기준금리 상승폭이 더욱 커지면 부동산 시장이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0.75% 금리로는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지만 몇 차례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경우 근미래에 주택을 구매 할 계획이 있는 매수자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기타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기준금리가 추가 상승되면 거래 리스크로 작용할 것"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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