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북미 간 교착 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이 올 후반기 한미연합훈련을 빌미삼아 무력도발을 암시하고 있다. 이에 ‘조건없는 대화’ 제안으로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던 한미는 본격 대북 인도적 지원 협의에 나섰다.
먼저 훈련이 진행되는 와중에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방한했고, 북한은 훈련 내내 침묵을 지켰다. 앞서 10일과 11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잇달아 담화를 내고 ‘선제타격 능력 강화’를 밝힐 때와 다른 모습이었다. 또 훈련이 종료되자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방미가 이어지면서 한미가 대북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하고 있다.
한미는 이번에 대북 인도적 지원을 협의하고 있다. 노 본부장은 지난 23일 서울에서 성김 대표를 만난 뒤 “보건 및 감염병 방역, 식수, 위생 등 분야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 또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를 통한 식량 지원 문제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노 본부장은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해 취재진에게 “가급적 여러 분야에서 북한과의 인도적 협력이 가능하도록 패키지를 만들어가고자 미국 쪽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본부장은 내달 1일까지 워싱턴에서 김 대북특별대표를 비롯해 대북정책에 관여하는 국무부 당국자들과 면담할 예정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위 관료와도 접촉해 최근 한반도 정세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 대책을 숙의한다.
그는 “일단 가능한 분야에서 필요한 사전 준비 같은 것을 해놓고 기회가 되는 대로 북쪽과 협의를 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물론 북측의 동의 내지 긍정적 반응이 있어야 이러한 협력 프로젝트도 시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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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규덕 한반도본부장(오른쪽)과 성김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현 대북특별대표)이 지난 3월 1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면담을 하기 위해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1.3.19./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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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는 지난 5.21 한미 정상회담 합의 내용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준수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외교적 실용적 접근’ 정책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한미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어떤 규모로 이뤄질지, 또 어느 범위의 지원까지 포함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에 한미 북핵수석대표의 연쇄 방문으로 양국이 그동안 진행된 논의를 매듭짓고 실제 북한을 향해 행동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따라서 북한도 노 본부장의 방미 이후 한미가 내놓을 새로운 메시지를 지켜보면서 대화에 나설지, 무력시위를 이어갈지 다음 행동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으로선 북한이 인도적 지원 제안 정도에 호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유독 남한의 쌀 지원 제안을 거부해온 바도 있다.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일부 대북제재 해제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북한은 대북적대시정책 폐기를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심각한 경제난을 고려한다면 한미의 인도적 지원을 수용해야 한다. 북한이 한미의 지원을 받지 않더라도 일단 정세 관리 차원에서 도발 시점을 미룰 수 있다는 관측도 가능하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바이든 행정부의 시선이 쏠려있는 만큼 무모한 도발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이번에도 한미의 획기적 제안이 없는 상황에서 아프간에 뺏긴 바이든 정부의 시선을 자신들에게 집중시키기 위해서라도 북한이 무력시위를 행동에 옮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지난 3월 전반기 한미훈련 때 훈련 종료 일주일 뒤 단거리탄도미사일(신형전술유도탄·KN-23 개량형) 2발을 시험발사했다. 특히 이번 한미훈련에 반발하는 김여정 담화는 북한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에도 공개됐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영변 핵시설 재가동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지난 7월 초 이후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2018년 이후 3년만에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을 파기할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되고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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