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김종필(JP·89) 전 국무총리의 부인 박영옥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아산병원은 한국 현대 정치의 축소판을 방불케 했다.
22일 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한국정치를 이끌었던 원로와 한국정치의 중심에 서 있는 이들의 조문으로 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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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부인 故 박영옥 씨의 빈소를 조문하고 김 전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
몸이 불편해 휠체어에 앉은 채 이들을 맞이한 김종필 전 총리의 한마디 한마디가 정치인들의 뇌리에 깊게 각인되었을 듯싶다.
22일 오후 3시40여분을 조금 넘길 즈음 빈소를 찾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맞이하며 김종필 전 총리는 “왠 일이십니까”라고 입을 떼자 문재인 대표는 “얼마나 상심이 크십니까”라며 인사를 건넸다.
이에 김 전 총리는 “누구나 한번은 겪는 일이지요 뭐”라며 슬픔을 삭였다. 이어 문재인 대표가 “현대사에서 큰 일을 겪으셨습니다”라고 건네자 김 전 총리는 “그때 한 일을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없어요. 내 일찍이 정치인은 ‘허업(虛業)이라 그랬어. 열매를 맺어 놓으면 국민이 따 먹지 정치인이 먹는 거 하나도 없어요. 묘비에 그런 감회를 써 놨는데 언제 한번 시간 있으면 보세요. 이제 점점 바빠지시죠”라며 조언조의 이야기를 건넸다.
김 전총리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잘 하겠다는 문재인 대표의 말에 대통령 중임제를 거론하며 “나 그거 떠들다가 망한 사람이지만 후회는 없어” 라며 중임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