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이 최종예선 첫 단추를 잘 꿰지 못했다. 안방으로 이라크를 불러들여 비겼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차전에서 이라크와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국에 아쉬움이 많이 남은 경기였다. 최종예선 전체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는 첫 경기였고, 홈 경기였고, 한국이 일방적으로 우세한 경기였다. 그럼에도 한 골도 넣지 못하고 비겼다. 경기 후 한국 선수들은 진 것과 같은 표정이었고, 이라크는 이긴 분위기였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결국 당연이 이기는 것이 목표였던 한국과 파울루 벤투 감독은 실패했고, 비겨도 좋았던 이라크와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성공했다.

이 경기를 본 축구팬들은 대표팀의 경기력에 불만을, 벤투 감독의 지도력에는 다시 한 번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특히 벤투 감독은 아드보카트 감독과 비교를 피할 수 없었다. 2018년 8월 한국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벤투가 3년간 공을 들인(?) 결과가 지난 8월초 이라크 대표팀을 맡아 한 달도 채 안된 아드보카트 감독 앞에서 너무 무기력했다.

결과적으로 벤투 감독의 '뻔한 수'는 통하지 않았다. 한국의 이라크전 실패는 골을 못 넣었다는 것이다. 이날 한국의 공격은 손흥민, 황의조, 이재성, 황인범 등 해외파들이 이끌었다. 공격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후반 남태희, 황희찬 등을 교체 투입했다. 하지만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

아쉬운 장면이 많았다. 슈팅수 15대2로 한국이 압도적 경기를 펼쳤지만 끝내 이라크 골문을 열지 못했다.

한국 주축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했다. 유럽에서 지난 주말 소속팀 경기 일정을 마치고 대표팀에 합류한 손흥민, 황의조 등은 정상 컨디션일 리가 없었다. 장거리 비행 끝에 8월 31일 입국해 1일 하루 훈련을 소화했다. 육체적 피로도, 시차 등에서 정상적인 컨디션일 리 없음에도 둘은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었다.

벤투 감독의 전략 부재가 초래한 결과다. 벤투 감독은 이라크가 수비적으로 나올 것도 알았고, 일정상 유럽파 선수들의 피로도도 알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별로 없이 평소 하던 대로, 누구나 알 수 있는 선수 기용을 했다. 가장 잘 하는(이름값도 있고) 선수들을 선발로 내고, 경기가 안 풀리면 그 다음 잘 하는(역시 이름값 있는) 선수들을 교체 투입한다. 패스 위주의 빌드업 축구 패턴도 여전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런 벤투 감독의 전략을 아드보카트 감독은 잘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했다. 손흥민에게 전담 마크맨을 붙여 한국 공격의 최고 루트를 원천 차단했다. 조직적인 수비로 한국의 중앙 돌파나 측면 크로스도 적절히 막았다. 침대축구라고 하기보다는 의도적인 느슨한 플레이로 실점하지 않는데 치중해 한국 선수들의 조바심을 유도하며 체력을 소모시키는 영리한 전략도 통했다.    

벤투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지휘한 지 3년이 됐다. 벤투 감독은 지난 2018년 8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라크 대표팀을 지휘한 지 한 달도 채 안됐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8월초 이라크 지휘봉을 잡았다.

벤투 감독이 자신의 축구 색깔과 철학을 입힐 시간이 충분했던 3년의 세월 끝에 최종예선 첫 경기에서 보여준 것이 답답한 경기력과 이라크전 0-0 무승부였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한국전에서 최소한 지지 말아야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갖고 한 달도 안되는 기간 준비한 결과가 성공적인 원정 승점 1점 획득이었다.

오는 7일 레바논과 2차전(수원)에서 한국대표팀은 분명 이라크전 때보다는 나아진 모습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치밀한 준비 결과가 아니고, 손흥민 황의조 등 해외파 주력 선수들이 휴식으로 체력과 컨디션을 회복한 덕분일 가능성이 높다.

최종예선 10경기 가운데 이제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고, 진 것도 아닌데 한국대표팀은 왠지 불안해 보인다. 3년이 지났지만 벤투 감독은 아직도 더 보여줘야 할 것이 많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