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고용노동부가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는 항공사와 지상 조업사 등에 지급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이 이달로 끊는다. 당국은 올해 추가 지원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어 항공업계는 대량 실직 사태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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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 빈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대한항공 카운터./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고용 당국은 지난해부터 항공사와 여행사에 지원해온 고용유지지원금을 추가 편성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부터 지난달 19일까지 관련 업계에 지원한 액수는 총 4094억6800만원에 달하지만 당분간 정부 지원이 끊긴다는 이야기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코로나19로 경영 환경이 어려워진 기업들과 소상공인들이 인력을 감축하지 않도록 인건비를 최대 90%까지 정부가 내주는 사업이다. 항공업계나 여행업계는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분류돼 정부가 기업과 35%씩 급여를 보전해준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해 1월 1일부터 지난달 19일까지 1780억3500만원을 유급 휴직 지원조로 받아 전체 43.47%를 차지했다.
이어 △제주항공 465억6600만원 △아시아나항공 378억700만원 △티웨이항공 240억6200만원 △하나투어 239억9200만원 △모두투어 219억1000만원 순으로 고용유지지원금을 많이 탄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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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세워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사진=연합뉴스 |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은 연 500억~600억원대에 그쳤으나 코로나19 창궐 이후 정부는 코로나19발 해고 대란을 최소화 하고자 지난해부터 관련 예산을 확대했다. 실제 고용노동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예산을 2조7770억원까지 늘린 바 있다. 올해 예산도 추경을 포함, 약 1조8552억원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 6개 항공사 매출액은 코로나 이전 상황인 2019년 상반기보다 46.8% 줄었지만 고용은 4.8% 감소하는데 그쳤다.
경영 측면에서도 고용유지지원금은 파고를 막아주는 방패막이 역할을 충실히 했다. 지난해 대한항공 전체 영업이익은 2383억원, 올해는 2분기까지 2951억원, 총합 5334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항공업계 맏형 대한항공 역시 정부 지원이 없었더라면 이 같은 호실적은 모래성에 불과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고용유지지원금은 이달로써 올해 지원분이 끊겨 사실상 일시적 해고 상태가 생긴다. 당초 고용 당국은 지난 6월부로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을 중단하려 했으나 어렵사리 90일 연장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업황은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델타 변이형이 기승을 부리며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예산이 한정적이라며 추가 지원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항공업계에만 편향적으로 지원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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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김포국제공항 주기장 세워진 저비용항공사(LCC) 여객기들./사진=연합뉴스 |
실제 에어부산은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2개월간 전면 무급 휴직에 돌입한다. 제주항공·티웨이항공·에어서울은 당국에 10월분 무급 휴직 지원금을 신청했고, 진에어도 이들의 뒤를 따를 예정이다. 줄줄이 무급 대열에 합류하는 셈이다.
유급 휴직의 경우 임금의 70%를 보전받지만 무급 휴직자는 임금 50%를 정부 지원금으로만 보전받을 수 있고, 상한액도 198만원이다. 때문에 재계와 노동계에서는 유급 휴직 지원 기간을 연말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진짜 문제는 내년도 고용유지지원금이 올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대폭 감소한다는 점이다. 당국이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 이유는 고용보험기금 여력이 달려서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기금 적립금 고갈 우려에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7조9000억원을 대여토록 했는데, 이를 빼면 3조2000억원 적자를 보고 있다. 이 같은 연유로 내년 중 전체 항공업계 종사자 17만여명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될 가능성도 나오는 판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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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 2일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고용지원업종에 대한 지원금 지급 연장을 촉구했다./사진=한국노총 홈페이지 |
당국 지원 규모가 줄어든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관련 업계 근로자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전국항공산업노동조합연맹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항공 수요 회복까지는 다소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최소한의 생계유지 마저 위협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올해 고용유지원금 지원 기간을 12월 말까지 추가 연장을 요구한다"며 "위기 극복 시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무기한 연장하는 방안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김규왕 대한민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장은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기 전까지는 항공업계는 국가적으로 전례없는 감염병으로 인한 불가역적인 상황에서 감원이나 경영 여건 악화등의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호소했다. 김 협회장은 "정부는 국가 기간 산업 역군으로서 그동안 헌신해온 항공 종사자들의 고용 불안을 외면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각 가정에 푸는 재난 지원금은 11조원이나 되는데 일자리를 지켜주는 기업들에는 정부 당국이 인색함을 보인다"며 "특히 노동 집약적 산업 특성을 지닌 항공사들에 직접 지원해야 고용 유지 지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금융위원회는 3월부터 저비용 항공사(LCC)들에게 2000억원대 지급을 거론해왔는데, 서둘러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은 노동조합과 협의를 통해 올해 12월까지 현재 휴업 조건과 동일한 수준으로 직원들의 유급 휴업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정부 지원이 끊기더라도 회사 예산으로 유급 휴업 수당을 지급한다는 의미다.
이에 허 교수는 "당장 대한항공 경영진은 화물 운송 덕에 이 같은 용단을 내렸겠지만 이 역시 얼마나 갈지 모른다"며 "내년에도 항공·여행업계 경영 시계는 어둡기만 한 만큼 정책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따라야 한다"고 피력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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