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4차 대유행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하면서 감염에 따른 여파를 최소화하려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가 본격 대두되고 있다.
정부 관계당국은 백신 접종과 관련해 '10월 말'을 위드 코로나 시점으로 보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7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위드 코로나의 적용 시기가 고령자 90% 이상, 성인 80% 이상 백신 접종 이후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기준이라면 언제쯤 워드 코로나 적용을 예상할 수 있냐"고 묻자, "10월 말까지 최대한 완료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은경 청장은 이어 "(10월 말부터는) 일단 위드 코로나 적용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자는 의견은 국민 인식과도 맞물려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지난달 30일부터 3일간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위드 코로나' 전환 동의 여부를 묻자 응답자 20.2%는 매우 찬성했고 53.1%는 대체로 찬성하는 편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8일 0시 기준으로 1차 접종자는 누적 3132만 3194명(2020년 12월 대한민국 주민등록인구현황 기준 총인구 대비 61.0%), 접종 완료자는 1880만 7546명(36.6%)에 달한다.
백신 예방접종 추세대로라면 추석 연휴까지 전 국민 70% 1차 접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10월 말에는 '위드 코로나'까지 가능하다는게 방역당국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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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근 삼성역에 설치된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단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
관건은 위드 코로나 전환과 맞물려 앞으로의 방향성을 어떻게 잡느냐다.
일정 규모의 인구가 접종을 마무리해 치명률을 낮추면서 동시에 완화된 방역 조치를 통해 일상을 회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건 정부의 방역 기준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정하는 기준이 비과학적일 뿐더러 코로나바이러스의 습성을 간과한 정치적 방역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현 방역조치 중 최고 단계인 거리두기 4단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비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85%에 달하는 주한미군에서도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규 확진자는 이토록 줄지 않고 있지만 치명률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올해 치명률이 가장 높았던 달은 1월이었다. 원래 1월 1일 0시 기준으로 치명률은 1.48%(당시 누적 확진자 6만 1769명 중 917명 사망)이었다가 1월 중순 사망자가 다소 늘면서 1월 29일 1.80%(누적 확진자 7만 7395명 중 1399명 사망)까지 올라갔다.
치명률이 감소하기 시작한건 2월부터다. 확진자에 비해 사망자가 줄어들면서 치명률 또한 감소하기 시작해 5월 29일에는 1.3%대에 접어들었고, 급기야 지난달 10일에는 최초로 1%대가 깨졌다(치명률 0.997%). 7개월 만에 치명률은 절반으로 떨어진 것이다.
8일 0시 기준으로 누적 사망자는 2334명으로 치명률은 0.88%다. 2020년 1월 국내에서 발발한 코로나로 인한 희생자는 지난 20개월간 월 110명 안팎으로 발생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신규 확진자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현 우리나라 의료체계로 관리가능한 위중증환자 및 사망자를 최소화하는 단계로 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미 전국적으로 퍼져버린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특성을 고려해 사전예방 차원의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규모로 이뤄진 이상, 사후 조치인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소재 대형병원 감염내과 과장인 김 모 교수는 8일 본보 취재에 "상식적인 전문가들이면 누구나 고무줄 방역 기준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진단검사를 많이 할수록 확진자가 더 나오고 있을 뿐더러, 한달간 전국 각지를 완전히 봉쇄하는 셧다운이 아닌 이상 현재와 같은 거리두기 단계 적용은 확진자 감소에 도움되지 않는다는건 누구나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방역당국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며 "추석 연휴가 지나면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방역 기준을 사후 조치에 초점을 맞추어 위중증 환자를 치료하고 사망자를 최대한 줄이는 데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질병청 발표를 보면 확진자 숫자는 증가하지만 사망자나 위중증 환자의 비율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지 않느냐"며 "분명한 건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이미 서구 선진국은 위드 코로나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영국과 덴마크 등은 코로나를 일반 감염병으로 규정해 방역을 완화하고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핀란드 정부는 다음달 위드 코로나로 전환할 것을 지난 7일(현지시간) 예고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지난 6월말 '뉴 노멀 도입'을 선언한 후 봉쇄 조치를 대폭 완화하고, 감염자 추적 및 확진자 집계만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 의료체계가 감당 가능한 중환자 수를 지금처럼 유지한다면 '위드 코로나'가 목전에 놓인 것으로 전망된다. 방역 당국이 오는 10월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적의 대안을 내놓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