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재현기자]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 그는 배고픈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징역을 선고받고 19년간 감옥생활을 했다. 프랑스 소도시의 노동자였던 장발장에게 전과자라는 이름이 덧붙여지자 세상은 그에게 더욱 차갑게 대했다. 유일하게 미리엘 신부가 절망에 빠져있던 장발장에게 따뜻함을 나눠주었고 그는 절망에서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났다.

   
▲ 지난 25일 소액 벌금을 내기 어려워 교도소행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을 위해 장발장은행이 만해NGO센터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홍종학 의원실
소액의 벌금을 내지 못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워 교도소행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을 위해 장발장은행이 탄생했다.

지난 25일 장발장은행이 만해NGO센터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장발장은행은 벌금을 낼 수 없는 사람들에게 별도의 담보와 이자 없이 최대 300만원의 금액을 대여해주는 단체다. 주로 법원에서 벌금형을 받은 소년소녀가장이나 미성년자, 수급권자 중 벌금 미납으로 교도소에서 강제 노역을 해야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빌려간 금액은 6개월간 거치 후 1년간 균등 상환하면 된다.

개인과 단체의 기부로 모은 성금 전액은 벌금 미납 대여금으로만 쓰이며 통장 내역은 실시간으로 장발장 누리집을 통해 공개할 에정이다.

출범식을 기준으로 벌써 645만3199원이 모였다. 강우일 주교를 비롯해 김희수 변호사, 정혜진, 김미진, 장미애, 이태봉, 홍세화 장발장은행장, 유영아,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대전충남인권연대, 이상재, 서해성 장발장은행 디렉터가 3만원부터 200만원까지 기부했다.

협동조합 '가장자리'의 홍세화 이사장이 은행장으로, 소설가 서해성씨가 디렉터로 참여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홍종학, 인재근 의원을 비롯해 고광헌 전 한겨레신문사 사장 등 10여명이 '장발장 위원회'라는 이름의 운영위원회를 맡는다.

의정부교구 서춘배 신부와 김희수 변호사를 비롯한 7명의 전문가가 대출 심사위원회인 레미제라블 위원회를 맡아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비용이 지원될 수 있도록 돕는다.

홍종학 의원은 "우리는 복지국가를 지향하는데 복지국가라는 것이 단순히 복지지출을 늘이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개인을 따뜻이 품어주는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현행 시스템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에도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발장은행'의 기획자인 서해성 디렉터는 "가난은 그 자체로 처벌"이라며 "한 가지 분명한 건 채찍을 든 부성의 권력, 배제의 권력, 약자에게는 한 없이 강한 율법체제(자베르체제)에서 사회적 모성을 품은 따뜻한 은행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