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한 10월 말로 1개월 연장
항공사들, 한숨 돌리지만 업황 악화일로…직원 퇴사 붐
금융위·공정위 정책 집행 지연, 항공사 경영난 가중 한 몫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고용유지지원금 추가 지급을 두고 정부에 읍소하던 항공업계가 1개월 더 지원받을 수 있게 돼 아주 잠깐 한도의 한숨을 쉬게 됐지만 근본적인 해결 대책은 될 수 없고, 4분기 업황은 오리무중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 정책 기관의 저비용 항공사(LCC)들에 대한 별도 지원책은 실행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경쟁 당국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 심사도 밀리고 있어 경영난과 근로자 고용 불안감 해소가 어려워지는 형국이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 14일 서면으로 제8차 고용정책심의회를 개최해 특별고용지원업종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을 종전 연 270일에서 300일로 늘리기로 심의·의결했다.

정부 지정 특별고용지원업종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항공·여행 등 15개 업종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당장 무급 휴직을 계획하던 항공사들은 1개월이나마 숨통을 트게 돼 10월분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 인천국제공항에 주기된 여객기들. /사진=연합뉴스

앞서 적자에 허덕이는 LCC들은 이달 말로 정부 지원이 완전히 끊길 경우를 대비해 직원들의 동의를 얻어 무급 휴직안을 고용노동당국에 제출했다. 5개 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거듭해온 대한항공은 자체 수당을 지급해서라도 유급 휴직을 유지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항공업계 시황이 언제까지 악화일로를 걷게 될지는 현 상황에서는 전혀 알 수 없다. 우세종으로 자리를 잡은 델타 변이형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탓에 항공사들의 여객 사업 재개 자체가 가능할지가 의문이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업황이 이구동성으로 악화일로를 걸을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4분기 실적이 현재 대비 나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그나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두 대형 항공사(FSC)들은 대형 기재를 활용한 화물 운송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보유 여객기 조건 상 단거리 여객 수요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LCC들은 매 분기별로 뼈 아픈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 등 4개 LCC의 올해 상반기 평균 매출은 987억원. 총합 4900억원에 달했던 2019년 상반기 실적의 20.1%에 지나지 않는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매출 또한 같은 기간 중 각각 39%, 41.2%가 빠졌다.

더욱 큰 문제는 이 같이 악조건이 계속 이어지면 항공사들의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량 감원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져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전체 직원의 70%가, 아시아나항공은 50%가 순환 휴직 중에 있다. 에어부산은 11월 중순부터 내년 1월까지 2개월 간 전원 무급 휴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각 항공사들은 직원들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살얼음판 경영을 이어나가고 있는 판국이지만 언제까지 이러한 위태로운 상태로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는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1개월 연장이 마냥 기쁘지 않은 '유예된 불안감'일 뿐인 이유와도 직결된다.

   
▲ 공항 주기장에 놓인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사진=연합뉴스

감원 칼바람이 불기 전에 스스로 사원증을 반납한 이들도 상당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 6개 상장 항공사의 직원 수는 총 3만5396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한참 이전인 2019년 상반기 3만7200명 대비 1804명(4.8%)이 줄어든 수치다.

개중에는 퇴직자 등 자연 감소분도 포함돼 있지만 신규 채용이 없는 상태에서 무급·유급 휴직 기간이 장기화 됨에 따라 버티지 못하고 사직하는 경우도 많다는 전언이다.

특히 대한항공의 올해 상반기 직원 수는 1만9336명이던 2년 전보다 1066명 줄어든 1만8270명으로 나타났다. 무려 5.5%나 빠진 셈이다. 자매 회사 진에어에서도 전체 직원 중 7.5%가 퇴사했고, 제주항공과 (6.7%) 에어부산(6.1%)이 뒤를 이었다.

   
▲ 국내 항공사 로고./사진=각 사 제공


6개 항공사의 1인당 평균 급여 또한 최근 2년 간 23.9%나 급격히 줄어드는 모양새를 보였다. 3000만원 수준이던 티웨이항공 급여는 1900만원으로 감소해 근로자 가처분 소득 수준이 36.7%나 내려앉았다. 대한항공 직원 평균 급여는 기존 4431만원에서 3534만원으로 20.2% 가량 깎였다.

그런 와중에 금융위원회가 올해 3월 LCC들에게 집행하겠다던 2000억원 지원 계획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LCC들은 가진 자산이 없어 마른 수건을 짜내고 또 짜내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실정이지만 금융위는 사실상 한계 기업으로 분류되는 이들에게 "자구안을 마련하라"며 자금 지원을 차일 피일 미루고 있다. 이와 같은 연유로 LCC 경영난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초 7월 중 하기로 했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기업 결합 심사 결과 발표를 10월로 변경했다. 따라서 두 FSC간 통합과 맞물려 진행될 예정이던 LCC 3사 통합도 줄줄이 지연돼 인력 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고용 불안감 해소는 당분간 요원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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