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
현대자동차, 최고가 될 수 없는 이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현대자동차는 최고가 될 수 없다. 현대자동차 노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가 처해 있는 상황은 ‘울며 겨자 먹기’로 노조에 끌려가고 있는 형국이다. 자업자득이다. 현대차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노조 자신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현대차 노조가 문제일까.
현대차 노조는 최근 자사의 해외공장 확대를 저지하고 나섰다. 그런데 노조가 내세운 해외공장 확대의 명분은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현대차 노조는 이번 달 초 유인물을 통해 “사측은 노조를 견제할 목적으로 해외공장을 증설한다”고 주장하며 “무분별한 해외 공장 신설은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무력화시키고 투쟁력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
|
|
▲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1,2조 각각 6시간씩 모두 12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한 2014년 8월 28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노조원들이 현대-기아차 그룹 계열사 노조의 통상임금 확대를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어 노조는 “국내 투자를 도외시한 채 값싼 노동력만 찾아 해외 진출하면 국내 발전은 저하되고, 경기는 침체돼 국내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현대차 노조 주장의 이면을 밝히면 다음과 같다.
1. 기업이 노조를 견제할 목적으로 해외공장을 증설한다.
2. 이러한 해외 공장 신설은 무분별하다.
3. 이는 값싼 노동력만 찾는 것이다(=자신들은 비싼 노동력이며 제 값을 한다).
4. 이는 노조의 투쟁력을 저하시킨다(=기업은 투쟁해야 하는 대상이다).
5. 국내 발전은 저하되고 경기 침체될 것이다.
|
현대차를 둘러싼 기업 환경
현대차 노조는 사측이 노조를 견제할 목적으로 해외공장을 증설한다고 말한다. 실상은 전혀 아니다. 수요와 공급 추세에 맞추어 해외공장을 늘리는 것이다. 현대차의 2014년 판매량은 국내 69만대, 해외 428만대다. 이에 반해 연간 생산량은 국내 190만대, 해외 310만대다. 생산지와 판매지역의 편차가 120만대를 상회한다.
한국은 전 세계 모든 물동량의 허브로 작동하는 중심지가 아니다. 수송비용을 줄이고 해외 각지의 수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해외 각지에 있는 현대차 현지 생산 공장의 생산능력을 더 키워야 하는 것은 사측의 당연한 선택이다. 참고로 현재 현대차는 미국, 러시아, 중국, 브라질, 인도, 터키, 체코 등 7개국 10곳에 해외공장을 두고 있다.
자동차는 기술과 브랜드 이미지가 결합되어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수천만 원짜리 제품이다. 그런데 다른 모든 제품과 동일하게 자동차에게도 적용되는 단순한 제작 원리가 있다. 바로 생산성이다.
|
|
|
▲ 2014년 현대차 노조가 파업출정식을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 |
1000만 원 짜리 경차라도 생산원가가 훨씬 낮아서 충분히 수익을 내고 R&D까지 지속적으로 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박리다매라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승산을 갖춘 것이다. 1억 원에 팔리는 럭셔리카도 같은 원리다. 충분히 수익을 내면서 지속가능한 개발이 이어지면 아무 문제없다.
가장 큰 문제는 생산성 저하로 인해 품질과 비례한 원가 관리가 되지 않는 것이다. 물건을 값싸게 잘 만드는 것은 기업 경영 기본 중의 기본인데 말이다.
자동차 시장의 경쟁은 무한대로 이어진다. 1개월이라도 방심했다간 수십 개 다른 브랜드에 의해 밀려난다. 소비자의 선택은 냉정하다. 허투루 구입할 수 없는 수천만 원 제품이기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까다롭다. 계속해서 이러한 소비자 수요와 선택에 대응하려면, R&D와 디자인에 힘써야 할 뿐더러 브랜드 이미지 마케팅까지 구사해야 한다.
이 모든 것에는 다 돈이 들어간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물건을 잘 만드는 것은 기본이지만, 물건을 잘 팔려면 돈이 더 필요하다. 현대차는 어떨까.
현대차 노조의 어마어마한 생산성
디트로이트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부활에 성공했고, 도요타와 혼다는 여전히 뼈를 깎는 체질개선 중에 있다. 최고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독일차는 고연비 친환경 기술로 무장했다. 그런데 세계의 주요 자동차 생산국가 중에 우리나라와 같은 노조 문화, 경직된 생산체제를 갖춘 나라는 전무하다.
현대차의 1인당 생산대수는 국내 완성차 업계(르노삼성, 쌍용차, 한국GM, 기아차) 중에서 꼴찌다. 생산직 1인당 연봉은 1억 원에 육박하지만, 국내 현대차 공장에서 자동차 한 대 생산에 소요되는 시간은 27시간으로 현대차의 해외 공장과 비교해도 최하위다(미국 조지아 14.7시간, 체코 15시간, 중국 베이징 17.7시간).
|
|
|
▲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최근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박근혜대통령과 자동차산업 육성방안에 대해 담소하고 있다. |
체코 공장에서 91명이 일하면 되는 라인에 100명이 투입된다면, 국내 현대차 공장에서는 58명으로 돌아가야 하는 라인에 100명이 투입되어 일한다. 체코 근로자 생산성에 비해 국내 현대차 노조의 생산성은 절반에 불과한 것이다.
이 지표를 편성효율이라 일컫는데 한국 공장의 편성효율은 57.8%이다. 반면 미국, 중국, 체코, 인도, 러시아, 브라질, 터키 공장 등 각지의 편성효율은 92%, 83.4%, 91%, 85.4%, 91.5%, 93%, 90.9%다. 현대차 노조의 손과 발은 해외 공장 근로자들의 손발과 다른가 보다.
2014년 8월에 발표된 하버리포트에 따르면, 현대차는 생산성 최우수 메이커로 선정됐다. 재미난 점은 이번 생산성 평가에 현대기아차 한국 공장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내 현대차 노조의 생산성을 제외한, 해외공장의 생산성이 글로벌 톱 수준으로 평가 받은 것이다.
생산성만 문제가 아니다. 2014년 현대차가 노조 파업으로 인해 입은 생산차질은 4만2200대이었다(손실액 9100억 원). 1987년 현대차 노조가 설립된 이후 파업을 하지 않은 해는 1994년과 2009∼2011년 등 4번이다. 현대차 노조는 27년 중 23번의 파업을 단행했다.
현대차 노조의 후안무치
지난 해 현대차 해외공장의 생산량은 310만대였다. 4년 뒤인 2018년 현대차의 해외공장 생산계획에 따르면 중국 181만대, 유럽(체코, 터키, 슬로바키아 공장) 80만대, 미국 60만대, 인도 60만대, 멕시코 30만대, 러시아 20만대, 브라질 15만대이다. 도합 446만대에 달한다. 3~4년 만에 현대차의 해외 생산량은 50% 높아질 것이다.
|
|
|
▲ 대를 이은 현대차그룹 현지화 전략, 정몽구 회장에서 정의선 부회장으로. /사진=현대자동차 |
현대차의 해외공장 선두에 서있는 것은 중국 베이징 공장이다. 베이징 공장의 생산능력은 중국 진출 10년 만에 100만대, 차종은 12개로 늘었다. 이는 세계 어느 회사도 세우지 못한 대기록이다. ‘현대속도’라는 신조어가 괜히 탄생한 게 아니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의 후안무치는 여전하다. 기업을 적으로 보고 투쟁해야 할 상대로 여긴다. 자신들은 비싼 노동력이어야 하며 그 비싼 몸값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영 전략상의 당연한 선택에 대하여 노조를 견제하기 위함이라고 비난한다. 본인들의 일감 사정을 ‘국내 발전과 경기 침체’에까지 대입하는 일반화의 오류는 애교로 보일 정도다.
현대차 노조의 후안무치는 언제까지 보게 될까. 과거 디트로이트의 몰락처럼 국내 공장을 폐쇄해야 끝날지 의문이다. 한편 노조의 별의별 발목잡기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이끌고 있는 사측은 더욱 구별되어 보인다. 정몽구 정의선 오너 경영 체제의 탁월함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현대차 노조 같은 근로자들을 두고서도 이에 굴하지 않는 현대차 경영자들이 새삼 달라 보인다. 미국이나 일본 같았으면 이미 정리했을 것이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