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육강식 경쟁구도에 따른 실적 타격 우려

[미디어펜=김은영 기자] 고객들이 주거래 은행을 옮기면서 발생되는 불편함이 줄어들 수 있는 계좌이동제가 오는 9월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시행주체인 은행권은 이를 위한 준비가 분주하다. 자칫 고객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속내에 감춰져 있다.  최근 저성장·저금리·저물가 등 3저 현상으로 실적악화가 이어지고 있는 동시에 고객마저 잃게 되면 실적에 큰 타격을 입을지 노심초사다.

   
▲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오는 9월 본격화되는 은행계좌이동제 시행에 따라 은행간의 금리경쟁, 수수료 경쟁 등 무한경쟁 시대가 펼칠 예정이다./뉴시스
이에 따라 은행권은 고객잡기 총력전을 펼칠 기세로 무한경쟁에 뛰어들었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인터넷 웹사이트 '페이 인포'에서 출금 이체를 변경하거나 해지할 수 있는 서비스 인프라 구축이 9월로 완비된다.

은행계좌이동제는 공과금, 통신비, 급여 등의 주거래 예금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별도의 해지와 신청 없이  자동 이전되는 제도다.

이 제도는 금융위원회가 은행의 경제 제한을 타파하기 위해 마련한 방안으로 내년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은행계좌이동제 시행에 따라 은행권의 무한경쟁을 예고한 셈이다. 고객들의 편리함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 중 하나인 점은 틀림없다. 시중은행들도 이 점을 익히 알고 있지만 속내는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일례로 은행계좌이동제를 실시하고 있는 호주의 사례로 볼때 고객 유치를 중심으로 경쟁 심화가 과도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호주는 지난 2008년 계좌이동제를 도입해 연간 주거래계좌 변경고객이 2012년 85만명에서 2013년 110만명으로 늘었다. 호주은행들은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통해 신규고객 유치 경쟁에 나섰다.

이 점을 들어 국내 은행 역시 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상품의 경쟁력은 결국 금리와 수수료다"라며 "은행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 빠져나갈 고객 이동을 저지하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고객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상품을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상품의 특징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면 은행측에서는 수익성이 악화되고 리스크측면이 걱정이다"며 "수익성을 내면서 동시에 고객이 만족할 만한 상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며 앞으로 경쟁구도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은행권에서 발생할 약육강식의 경쟁구도 역시 떨칠 수 없는 문제로 나온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지금 은행계좌이동제와 관련해서 회사 내 중심이 되는 사안"이라며 "다른 은행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고객채널이 약한 은행은 손해가 더 클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 시중들은행들 저마다 수익도 떨어지는 것과 더불어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계좌이동제 활용이 크게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 됐다.

지난 2013년 발표된 해외 사례를 보면 계좌이동제를 활용하는 영국에서는 주거래 계좌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영국 4대은행(Lloyds, RBS, Barclays, HSBC) 만족도가 50% 수준이다. 그럼에도 계좌이동제 이후 계좌이동 실적 변화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호주 소비자단체 조사 결과 호주의 4대 은행에 대한 만족도가 66~69% 수준으로 중소형 은행보다 낮은 수준임에도 1년 이내 주거래 은행 교체는 5%채 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은행 영업부 직원은 "계좌이동제로 얼마나 많은 고객이 활용할지는 사실 미지수"라며 "고객들이 생각만큼 은행을 바꿔가며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