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위협 유형 다양화…자동차 산업서 보안 중요성 확대
LG전자, 각국 규제에 선제 대응…완성차 업계 파트너 전망
ZKW 인수, LG마그나 신설 등 관련 분야 포트폴리오 키워
관계사 다수 포진, 애플카 등 전기차 생산 능력 충분 평가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전방위적 차량용 전장 사업에 뛰어든 LG그룹이 해외 자동차 보안 전문 기업까지 인수하며 관련 분야 진출을 가속화 하고 있다. 연이은 인수·합병(M&A)과 합작사 설립, 애플카 생산 기대감이 큰 가운데 향후 LG그룹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 구광모 LG 회장이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에서 미래형 커넥티드카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제공


23일 LG전자는 최근 자동차 사이버 보안 분야 선도 기업 '사이벨럼(Cybellum)'의 지분 63.9%를 확보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고, 올 연말까지 사이벨럼 주식을 추가로 취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종 지분율·투자 금액은 SPA가 마무리되는 연말 경 확정된다. 사이벨럼의 기업 가치는 약 1억4000만달러로 평가된다.

또 LG전자는 사이벨럼과 2000만달러 규모의 신주투자계약(SAFE)도 체결했다. 투자 금액은 내년 말에서 2023년 상반기 사이 주식으로 전환될 예정인 만큼 지분율은 추가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본사를 둔 사이벨럼은 2016년 설립된 회사로, 직원 수는 50여명 수준이다. 이 회사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분석할 수 있는 '멀티 플랫폼 분석도구'를 개발해낸 이력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자동차 사이버 보안 관련 취약점을 점검할 수 있는 솔루션 역량으로 정평이 나있다.

사이벨럼은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비롯, 자동차 부품사·IT 솔루션 기업과 협업하며 자동차 사이버 보안 시장을 이끌고 있다.

최근 기술 발전과 더불어 보안을 위협하는 유형도 점차 다양해지면서 자동차 산업에서 보안의 중요성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특히 네트워크 연결이 필수인 '커넥티드 카' 시대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사이버 보안 관련 기준은 까다로워지고 시장 역시 급성장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런 추세에 맞춰 자동차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사업 경쟁력을 조기에 갖추고 인포테인먼트·텔레메틱스 등 전장 사업의 보안 체계를 더욱 강화하는 차원에서 사이벨럼 인수를 결정했다. 이를 통해 LG전자는 사이버 보안을 강조하는 세계 각국 당국의 규제에 선제 대응해 완성차 회사들의 파트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이벨럼 지분 인수 이후에도 LG전자는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 완성차 업체·자동차 부품 회사 등 기존 고객사들과도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한다는 입장이며, 기존 경영진도 그대로 유지한다.

LG전자는 전장 사업을 △인포테인먼트 △전기차 파워 트레인 △차량용 조명 등 3개 축으로 재편해 미래 먹거리에 대해 차근차근 대응하고 있다. 사이벨럼의 역량을 활용하면 글로벌 고객사들에게 신뢰도 높은 부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혁신 파트너'라는 전장 사업 비전을 구체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이버 보안은 자동차 개발부터 운행까지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그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LG·사이벨럼 로고./사진=LG전자 제공


LG전자는 M&A와 회사 신설로 전장 사업 포트폴리오를 키워나가고 있다.

LG전자는 2018년 8월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 전문 기업 ZKW를 인수했고, 이듬해 VS사업본부의 헤드 램프 관련 사업부를 ZKW로 일원화했다. 이 공장에서는 △BMW △포드 링컨 △프레이트라이너 △제네럴 모터스 △메르세데스 벤츠 △볼보 등에 공급하는 헤드 램프를 생산한다.

ZKW는 최근 기존 2만1000㎡ 규모의 멕시코 실라오 공장 부지를 3만5000㎡로 확대해 연간 생산량을 200만개로 늘린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향후 3년치 물량을 선확보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이와 관련, ZKW 관계자는 "설계·엔지니어링·연구 개발 분야에서 추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LG전자 전장 사업 전체 수주 잔고는 약 60조원에 달하고, ZKW 비중은 20%를 넘는다.

지난 7월 1일에는 캐나다 전장 전문 기업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합작사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했다. 본사는 LG전자 VS사업본부의 인포테인먼트·파워트레인 사업부가 있는 인천캠퍼스에 소재하며, 전기차에 들어가는 모터·인버터·차량 탑재형 충전기·구동 시스템 등을 생산, 공급한다.

이처럼 LG전자가 그룹의 전장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가운데 관련 사업에 뛰어들 여지가 큰 계열사·관계사들도 다수 포진해 있고, 애플카 생산 기대감도 크다. 시장 컨센서스에 따르면 애플은 2024~2025년이면 전기차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자체 생산 라인이 없어 애플카 위탁 생산을 어느 업체가 담당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유력 후보군 중에는 LG마그나가 언급되는데, LG그룹은 △전기차 배터리(LG에너지솔루션) △전기 구동 시스템(LG전자) △인포테인먼트(LG디스플레이·LG전자) △자동차 시트(LX하우시스) △카메라 모듈(LG이노텍) 등 전기차와 관계있는 계열사가 많다는 것은 애플과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한다.

LG전자는 애플 아이폰 디스플레이를, LG이노텍은 카메라를 제조해왔고, 마그나는 5년 전 애플의 자율 주행차 프로젝트 '타이탄'에 대해 협력한 바 있다. '바퀴 없는 전장 기업'으로 통하는 LG그룹은 실제 타이어를 제외하고 전반적인 전기차 생산 관련 수직 계열화 체계 능력을 갖췄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미국 투자 회사 '번스타인'은 애플이 자체 전기차를 2025년 출시할 경우 2030년까지 약 150만대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 분석 전문 궈밍치 톈펑국제증권 연구원은 애플카 출시가 2025년 이후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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