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신용대출 각각 4.5%·6.0%↑…가계대출 전년말比 4.7%↑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5%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금융권과 대출을 받으려는 차주들에게 비상등이 켜졌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선 가운데 대출 증가율 권고치로 연 5~6%를 제시한 만큼, 일각에서는 연쇄 대출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6일 기준 701조 568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670조 1539억원에 견줘 4.69%(31조 4141억원) 늘어난 수치로, 대출 증가율이 당국의 권고치 5~6%에 근접했다. 8월 말 4.28%와 비교하면 2주만에 약 0.41%포인트(p) 늘어난 수치다. 금융당국이 대출 증가율을 최대 6%까지 수용할 경우, 약 8조 7951억원의 잔액이 남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 시중은행 대출창구 / 사진=연합뉴스 제공


대출 종류별로 살펴보면,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지난해 말 473조 7849억원에서 지난 16일 495조 2868억원으로 9개월 만에 4.5% 증가했다. 

주택 실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전세대출은 105조 2127억원에서 120조 7251억원으로 14.7% 급증했다. 특히 전세대출 증가액은 가계대출 증가액 31조 4141억원의 49.4%에 달했고, 전체 주담대 증가액 21조 5019억원의 68.5%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은 133조 6482억원에서 141조 7005억원으로 6.0% 불어났다. 

당국 권고치를 넘어선 농협은행이 대출 중단을 선언하면서 금융권 풍선효과도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달 16일까지 가계대출 잔액을 은행별로 살펴보면, 농협은행은 125조 3322억원에서 135조 6500억원으로 7.4% 증가했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24일 이후 신규 담보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은 5.0% 증가한 131조 6681억원, 국민은행은 4.37% 증가한 168조 9222억원을 기록했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2.83%, 3.9% 증액된 129조 8406억원, 135조 4871억원으로 집계됐다.  

유경원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금리를 0.25%p 올려도 큰 효과가 없다보니 (당국이 은행권을 대상으로) 창구지도와 총량규제까지 하고 있다"며 "(당국은) 나중에 가계부채로 경제위기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시장에서는 주택가격 안정화가 현 시점에서 어렵다고 보는 것 같다. 당장 하루라도 급한 전세 세입자들이 빌라로 몰리고 있다"며 "정책당국이 주택공급에 강력한 정책드라이브를 펼치지 않고, 완화적이거나 유연하게 다가서야 할 (가계대출)면에서 경직된 정책운용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대출 규제책을 펼치기에 앞서 실질적인 주택 공급정책을 선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추석 이후 추가적인 가계부채 규제를 예고한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현재 가계대출 증가율이 5% 목전인 만큼, 당국이 집단대출과 전세대출을 중단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편으로 차기 대선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주택문제로 민심이 흔들리고 있는 만큼 당국이 강력한 정책을 펼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팽팽하다. 유 교수는 "대선이 내년인데 정책당국이 의지대로 밀고 나갈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당국이 결국 행동은 취하더라도 대출중단을 강행하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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