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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이런저런 들려오는 소식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세상에는 ‘을’도 많고 ‘미생’도 많다. 하지만 이는 언제 어디서나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상대적인 관계다.
법적으로서의 갑을 관계는 계약서에 명시된 양자다. 돈을 주는 이가 갑, 돈을 받고 무언가를 제공하는 이가 을이다. 협의의 ‘갑을’이다. 반면 사람들이 흔히들 얘기하는 갑을은 각자가 접하는 사회관계망 속에서 맞부딪히는 지시/복종의 유형이다.
그런데 이러한 광의의 갑을에서 언제나 을 코스프레에 전념하는 이들이 있다. 거의 모든 일에 ‘사회적 책임’을 들먹이며 무분별한 복지타령을 바라는 사람들이다.
엄마 아빠가 온유함과 감사함으로 아이를 알뜰살뜰하게 키우는 ‘보육’은 무상보육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의 책임이 되었다. 어머니가 아침 일찍 일어나 따뜻한 집밥과 반찬거리로 담아주던 ‘도시락’은 무상급식이라는 명분으로 나라의 책임이 되었다.
(자기 노동과 벌이로는 생명을 영위할 수 없는) 소수의 극빈층을 대상으로 하던 ‘선별적 복지’는 무상복지라는 제목으로 남녀노소 빈부를 막론하고 누구나 누리는 ‘보편적 복지’가 되었다. 이제는 연애라는 개인적인 사안도 ‘사회적 책임’이라 일컫는 김제동 같은 이도 등장했다.
"빈곤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빈곤을 해결하고자 남에게 위해를 가하면 그건 범죄다."
포퓰리즘 입법에 매달리는 국회의원, 무상으로 퍼주기식 정책에 매몰되어 있는 대통령 이하 관료들, 그리고 이들에게 박수치고 지지하는 유권자 국민들에게 던지고 싶은 한마디다. 자기 돈이 아니면 얼마든지 인심 쓰는 것이 사람 마음이지만 이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원리를 부정하는 인지부조화의 소치다. 염치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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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무상복지를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문재인 대표가 재원대책으로 제시한 것은 법인세율을 3%포인트 올리고, 부유세를 걷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우리나라는 지나칠 정도로 대기업, 부자에게 조세가 집중되어 있다.1)/사진=연합뉴스 |
원래 현실은 안녕하지 않다. 빠듯하게 아끼며 살아도 인간의 욕심은 채워질수록 더 커지기에 언제나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래의 현실이 안녕하지 않고 누구나 부족함을 느끼기에, 사람은 더욱 노력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한다.
혹자는 헌법에 국가가 국민에게 이러저러한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복지나 인간적인 삶의 질 보장 등 사람이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조항이 있음을 근거로 삼는다. 이 모든 것이 나라의 책임이요, 국민의 책임은 아니라고 외친다.
그들에게 권면하고 싶다. 헌법의 선언적인 조항을 현실적으로 이룰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지금까지 이 지구상에 있어왔던 수천 수만 개의 나라들 중 이를 이룬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이다.
헌법 상의 선언은 선언일 뿐이다. 마치 성경에서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지적처럼 말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헌법에서 명시한 선언을 이루려면 재원이 필요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듯이 말이다. 헌법상에 표현된 그 모든 조항을 대한민국 현실 속에서 구현하려면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 이 돈은 누가 낼 것인가?
국가의 책임을 외치고 복지 타령을 일삼는 정치인과 국민 유권자는 이를 아직 깨닫지 못한 건지, 아니면 알고서도 이를 부정하는 인지부조화에 빠져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본인이 악다구니처럼 일년 열두달 일하고 나서 피 같은 세금을 내본 사람이라면 이에 대해서 함부로 얘기하지 않는다. 왜 국민의 혈세라는 표현이 있을까 반문해본다.
가난 구제는 나랏님도 못한다
땅을 열 길 파면 돈 한 푼이 생기나
물에 빠진 놈 건져 놓으니 내 봇짐 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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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구절은 우리네 옛 속담이다. 딱한 것은, 21세기를 살아가지만 수백 년 전 자기 조상 보다 무지하고 뭘 모르는 염치없는 이들이 아직도 많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작자들의 표를 받기 위해 세금을 방만하게 마구잡이로 퍼다 쓰는 후안무치한 정치인은 여전히 우리 곁에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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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연금개혁은 2015년 최대의 정치적 과제이다. 이미 바닥을 드러낸 공무원연금은 2016년부터는 하루에 100억 원씩의 국민세금이 들어가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
공무원연금의 미래는 아랑곳 않고 자신의 이권에만 집중하는 공무원, 공기업 및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유권자, 해결방안은 고민하지 않고 언제나 정권에 대한 반대와 정쟁에만 몰두하는 정치인, 복지나 공공성을 거리낌 없이 입에 담는 전문가/교수라는 작자들, 복지나 공공성이 자신들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는 국민들 모두 공범이다.
빚이 있으면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 나라 빚, 국가부채, 정부 재정적자는 후일 누군가 지불해야 할 금전적 책임이다. 분별없는 무상복지나 공공성의 극대화, 방만한 정부독점으로 인한 공공부문의 적자 등 이 모두는 납세자를 포함한 온 국민이 감당해야할 빚이다. 현 세대를 포함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세대, 내 자식 내 손주에게까지 지워진 금전적 의무다. 2)
복지는 [권리]가 아니라 훗날 갚아야 할 [의무]다. 이름도 모르는 내 후손에게까지 지워진 족쇄다. ‘안녕하십니까’라는 넋두리는 이제 그만 늘어놓자. 국가가 누군가의 절대적 빈곤을 챙겨 줄 수는 있다. 하지만 5000만 국민 각자의 상대적 빈곤까지 모두 책임질 수는 없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1) 대한민국은 부자와 대기업에게 세금 부담이 집중된 나라다. 법인세의 경우 상위 1% 대기업이 전체 법인세수의 86%를 부담한다. 종합소득세의 경우 상위 10%가 세수의 86%를 감당한다. 근로소득세의 경우 상위 12%가 전체 근로소득세 세수의 85%를 차지한다.
2) 우리나라 조세 체계를 전세계로 눈을 넓혀보면 다르다. 우리나라는 세금 부담이 가장 낮은 나라다. 한국은 복지관련 어떤 지출항목을 봐도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조세로 운용하고 있다. 덴마크의 1인당 조세 부담율은 47%, 스웨덴은 44%, 우리나라는 25%다. 우리나라 복지가 북유럽 수준으로 올라가려면 전 국민이 2배에 가까운 세금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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