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몰린 중국 2위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비핵심 자산을 일부 매각하기로 해 당면한 유동성 위기를 겨우 넘길 수 있을 전망이다.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지만 중국 정부의 부동산 산업 자금 유입 억제 정책 속에서 350조원대의 막대한 부채를 짊어진 헝다가 디폴트를 피하고 사업을 정상화 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29일 헝다가 중국과 홍콩 증시 개장 직전 낸 성명에서 자회사 보유 중국 성징은행(盛京銀行) 지분 19.93%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헝다는 계약 당사자를 '인수 측'이라고만 설명하고 구체적으로 누구인지까지 공개하지는 않았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성징은행의 시총은 615.77억 홍콩달러(약 9조4천억원)여서 이번 매각이 절차가 완료된다면 헝다는 약 1조8천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성다은행 지분 매각 발표는 헝다가 이날 달러 채권 이자 4천750만 달러(약 559억원)의 이자를 지급해야 해 또 한 차례의 유동성 고비를 맞은 가운데 나왔다.
아울러 이번 발표는 중국의 내달 1일부터 7일까지 장기간 이어질 국경절 연휴를 앞둔 가운데 나왔다.
그간 중국에서는 당국이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서는 시장 안정을 위한 모종의 구체적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 은행 지분 매각 절차가 완료돼 헝다가 약 1조8천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면 돌아오는 채권 및 금융권 대출 이자 지급 등 급한 유동성 위기는 막을 수 있을 전망이다.
헝다는 지난 23일 달러 채권 이자 8천350만 달러(약 993억원)와 위안화 채권 이자 2억3천200만 위안(약 425억원)을 지급해야 했지만 시장에서는 헝다가 두 채권 이자를 모두 제대로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고 이날 예정된 달러 채권 이자 지급도 제대로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시장에서는 헝다가 추가로 비핵심 자산을 처분해 자금을 확보하려 할 것으로 전망한다.
헝다 측은 비핵심 계열사 중 규모가 특히 큰 전기차 자회사인 헝다자동차를 샤오미 등 다른 회사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헝다가 결국 일부 채권의 공식 디폴트를 선언하고 핵심인 부동산 사업의 전체 또는 일부분을 당국의 통제하에 있는 국유기업에 넘기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아직 사태를 관망하면서 적극적으로 개입할지, 헝다를 파산하게 내버려 둘 것인지에 관해서는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다만 헝다 채무 위기가 중국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떠오른 가운데 중국 정부가 헝다를 직접 구제하지 않더라도 경제 안정을 위해 최소한 '질서 있는 파산'을 유도하려 한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劉鶴) 국무원 부총리는 26일 저장성 항저우(杭州)시 우전(烏鎭)에서 개막한 세계인터넷대회 축사에서 "중국 거시경제는 전체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위험을 관리하고 통제해본 경험과 그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발전 전망은 매우 밝다"고 밝혔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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