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우려' 시그널 연이어…"증권사 자체관리 지켜볼 예정"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최근 들어 연일 ‘빚투(빚내서 투자)’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어 향후 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27일 자본시장 유관기관들과의 첫 간담회에서 빚투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고 위원장은 같은 달 30일 자본시장 업계·유관기관 간담회에서도 빚투에 대한 ‘사전 대응’을 주문했다.

   
▲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진행된 '미래 성장형기업 육성'을 위한 자본시장 유관기관 간담회에서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 등 자본시장 유관기관 및 주요 증권사·운용사 관계자들과 자본시장이 국민들의 재산형성 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금융위원회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31일 취임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까지 ‘업계’와 접점을 계속 넓히며 스킨십에 나서고 있다. 우선 고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경제·금융시장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고 위원장은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대출을 받아 변동성이 큰 자산에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은 자칫 '밀물 들어오는데 갯벌로 들어가는 상황'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면서 특히 ‘빚투’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지난달 30일에 진행된 자본시장 유관기관들과의 첫 간담회에도 비슷한 기조가 유지됐다.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미래 성장형기업 육성을 위한 자본시장 유관기관 간담회’에는 고 위원장을 비롯해 김도인 금융감독원 부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명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윤창호 한국증권금융 사장,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 등이 자리했다. 

증권업계와 자산운용업계에서도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 김원규 이베스트증권 대표, 김성훈 키움자산운용 대표,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고 위원장은 최근 급증 추세인 증권사 주식 신용공여에 대해 우려감을 표출했다. 그는 “증권사 신용융자가 최근 급격하게 늘어났고, 이 부분은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관리를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향후 추이를 고려해 당국이 개입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암시한 발언이다.

그러면서 고 위원장은 “최근 있었던 해외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모펀드 사태는 투자자의 신뢰를 한순간에 잃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모든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습성이 있으나 작은 이상 징조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미리 대응하는 것이 업계와 당국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현재 부분적으로만 시행되고 잇는 공매도 문제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특히 업계에서는 ‘공매도 부분 재개 이후 시장 여건을 감안했을 때 공매도의 전면 재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수렴되어 나왔다. 개인투자자를 위한 공매도 접근성 확대, 적극적인 퇴직연금 운용을 위한 디폴트옵션 도입 등과 함께 업계에서 도출된 건의사항이었다.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 위원장은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 거시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매도 재개 관련 방안을 만들겠다”고 언급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빚투 관련 고 위원장의 발언은 금융감독원이 최근 증권사들의 개인 신용공여 한도 관리에 나선 것과 궤를 같이 한다”면서 “더 이상 당국이 빚투 문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그널”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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