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연내 대한항공과 M&A 물 건너갔다"
이스타 채권자들, 관계인 집회서 회생안 동의 의문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국적 항공사 간 기업 결합 승인을 늦춤에 따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 시점이 우선 연말로 밀리게 됐다. 부채를 떨어내야 하는 이스타항공은 변제율이 기대치보다 낮아 채권단이 동의해줄지 의문인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모두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아 최악의 경우 파산 또는 청산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 아시아나항공 카운터 /사진=연합뉴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 기한을 3개월 연장한 12월 31일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거래 선행 조건인 공정위의 기업 결합 신고 지연이 이유라는 설명이다.

당초 대한항공은 주요국에서 기업 결합 심사 통과 후 지난 6월 30일자로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함으로써 1조 5000억원을 납입해 지분 63.9%를 인수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공정위가 서강대학교 산학협력단에 발주한 용역 보고서의 기한을 연장함에 따라 9월 30일로 주식 취득일자를 늦췄다. 12월 31일로 연기된 이번까지 포함하면 인수 시한은 두 차례 밀리게 됐다.

하지만 이 날짜 역시 어디까지나 잠정적인 기한 연장일 뿐, 장담할 수 없다. 대한항공 관계자 역시 "사정에 따라 최초 예정 일자보다 더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공정위가 타국 경쟁 당국 승인 추이를 지켜보며 연말까지도 심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연내 M&A는 물 건너갔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항공업계의 한 전문가는 "당국 결정이 늦어져 적시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에 자금을 대지 못할 경우 각종 금융 비용 상승으로 어렵사리 마련한 통합안이 어그러질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M&A 전에 아시아나항공이 파산하고, 고용 대란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주기장에 서있는 이스타항공 여객기 /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이스타항공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이스타항공은 내달 12일 서울회생법원에서 채권자들이 모이는 관계인 집회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 채권자들 중 ⅔ 이상이 동의할 경우에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인가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스타항공의 변제율이 턱없이 낮다는 점이다. 지난 3일 이스타항공은 1600억원가량의 회생 채권 변제 자금으로 59억원을 할당했다. 이는 3.68%로, 통상 변제율이 30% 선인 점에 비춰보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다시 말해 100억원을 빌려준 채권자는 3억6800만원만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막심한 손해를 입었지만 이 수준이라도 회수해갈지를 묻는 자리라는 것이다. 통상 채권자들이 회생계획안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법원이 강제 인가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강제 인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청산 절차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회생을 위해 노력해온 노사 양측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어 중요한 변곡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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