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감독원이 국내 주요 증권사들에 대해 ‘개인 신용공여 한도 관리’를 주문한 가운데 대형 증권사들 대부분이 자체 한도의 90%를 넘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금융당국 압박이 이어지는 상태에서 한도 관리에까지 나서야 하는 증권사들은 하나같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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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증권사들 중 상당수가 신용공여 한도를 거의 소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측의 조사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개인 신용공여 한도 관리를 주문한 증권사 13곳 중 10곳이 자체 한도의 90%를 넘겼다.
증권사별로 보면 NH투자증권이 자체 한도를 100% 소진했고, 또 다른 대형사 중에서 미래에셋증권·KB증권·삼성증권 등도 자체한도 소진이 임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10일을 기준으로 했을 때 신용공여 규모가 가장 큰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으로 액수는 7조 284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자체한도의 97%를 넘긴 수준이다. 증권사 법정 신용융자 한도는 자기자본의 100%까지 가능한데,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자기자본 규모가 가장 큰 만큼 신용공여에 있어서도 압도적인 규모를 나타낸 모습이다.
이미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에 대한 ‘대출 관리’를 주문하고 나선 상황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수석부회장 등 금융투자‧자산운용업계 관계자들과 회동을 가져 ‘과도한 레버리지와 쏠림현상’에 대한 경각심을 나타냈다.
이미 금감원은 지난달 27일 일부 증권사가 신용융자 한도를 올리고 있는 상황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기도 했다. 실제로 신용융자는 지난 2019년 말까지만 해도 9조 200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었지만 작년 말엔 19조 2000억원 규모까지 2배 넘게 증가했다.
결국 NH투자증권은 신용거래융자 신규매수와 신규예탁증권담보대출을 모두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대신증권도 자체한도 1조 8700억원 가운데 93% 비중인 1조 7577억원을 소진하면서 신규 대출거래 중단을 선언했다.
이밖에 삼성증권도 자체 신용공여 한도 4조 6000억원 가운데 투자자 신용공여 잔액이 4조 5499억원을 기록해 자체 한도를 대부분 소진했다. KB증권 역시 자체 신용공여 한도 3조 4500억원 가운데 3조 4022억원까지 채운 상태다.
아울러 한국투자증권이 3조 8247억원으로 자체한도 94.4%, 신한금융투자가 2조 7102억원으로 95%, 하나금융투자가 2조 5610억원으로 82.6%를 채웠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정한 신용공여 한도의 80~90% 수준을 이미 채운 상태”라면서 “금융당국의 시선이 더 매서워지기 전에 자체적인 ‘신규대출 중단’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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