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2016년 출시 이후부터 올해 초까지만 해도 줄곧 은행의 독무대였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시장에서 증권사들이 ‘역전승’을 연출해낸 모습이다. 변화의 기점은 지난 2월 출시된 중개형 ISA였다. 강력한 세금 혜택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증권사들의 선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ISA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한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증권사 ISA 가입자 수는 152만 1224명을 기록했다. 이는 은행권 가입자 수 98만 8118명보다 무려 53만 3106명이나 많은 숫자다.

ISA 시장 점유율을 보면 증권사들의 활약은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1월 8.0%로 시작해 2월까지 8.5%대 머무르던 증권사 시장점유율은 3월 19.1%로 껑충 뛰더니 4월엔 35.2%로 한 번 더 점프했다. 이후 5월 42.2%, 6월 48.8%를 거쳐 7월엔 57.0%로 과반수를 점했다. 이후 8월엔 60.6%까지 올라갔다.

예·적금,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 상품에 투자하고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ISA가 2016년 ‘국민통장’을 표방하며 출시된 이후부터 이 시장은 은행들의 ‘독무대’였다. 고객들과 물리적‧심리적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은행들에게 유리한 점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 2월 중개형 ISA가 등장하면서부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올해 3월부터 ISA 시장점유율이 바뀐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중개형 ISA는 상품 특성상 위탁매매업 허가를 받은 증권사에서만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중개형 ISA의 특징은 가입자가 자유롭게 상장 주식을 매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장점에 힘입어 이미 은행에서 ISA에 가입했던 이용자들이 대거 증권사로 넘어왔다. 2월 이후 8월까지 증권업계 ISA 가입자수는 136만명 넘게 늘었지만 같은 기간 은행 가입자 수는 182만 137명에서 98만 8118명으로 83만 2019명이나 급감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일반 ISA의 경우 계좌 만기인출 시에 이익의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고, 초과 수익은 9.9% 분리과세 된다. 

오는 2023년부터 금융투자소득세가 신설되면서 대주주가 아니더라도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담한다. 주식 보유액이나 지분율과 무관하게 국내 상장 주식 매매로 얻은 이익이 연간 5000만원을 넘으면 세금부과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중개형 ISA를 활용하면 국내 주식과 주식형 공모펀드 투자수익에 대해 한도 없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한때 실패작으로 홀대받던 ISA가 중개형 출시 이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면서 “증권사들이 고객과의 거리를 좁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