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요구안 수용 시 연간 당기순익 5조↓ 전망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조, 당진 공장 통제 센터 불법 점거
대한항공 노조, 사측에 임금 인상 여부 위임…난국 타개 동참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사측에 무리한 수준의 연봉 인상을 요구 중이고, 전국민주노동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 비정규직원들은 현대제철 공장 내 시설을 불법 점거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대한항공 노조는 회사 경영난 극복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 노조의 품격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 지난 5월 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소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한국노총 소속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관계자들이 임금 단체 투쟁 승리 결의 대회를 벌이는 모습./사진=연합뉴스

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5일부터 임금 교섭을 위한 상견례를 갖고 본격 협상 절차에 돌입했다.

삼성전자사무직노조·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삼성전자노조·전국삼성전자노조 등 4개 4개 노조는 공동 교섭단을 구성, 사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 중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조합원 수 4500여명을 두고 있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한국노총 금속노련) 산하 전국삼성전자노조다.

4개 노조 공동 교섭단은 사측에 △전 직원 계약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 △1인당 약 107만원 상당 자사주 지급 △1인당 약 350만원 상당 코로나19 격려금 지급 △매년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은 1억2090만원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사측이 노조 요구안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직원 평균 급여가 50% 가량 올라 1인당 급여가 1억8255만원으로 수직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직원 수가 11만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 당기순이익은 5조원 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투자·배당 등 경영 전략에 무리가 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 지난달 15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노조원들이 현대제철 충남 당진 제철소에서 집회를 열고 자회사 설립 중단과 조합원의 정규직 고용을 촉구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노조 리스크는 현대제철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조는 현대제철 당진 공장 통제 센터를 지난 8월 23일 이래 46일째 불법 점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당진 제철소 직원들을 폭행하며 건물 내 시설도 부쉈다.

법원은 지난달 비정규직 노조에 퇴거 명령을 내린 바 있으나 이들은 현대제철 본사가 협력사 직원인 자신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며 현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제철은 올 초 지분 100%를 출자한 3개 자회사를 세워 협력사 소속 비정규직 7000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한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해당 자회사들에는 협력사 비정규직 7000여명 중 약 4400여명이 입사했고, 현대제철 본사 정규직의 60% 수준이던 이들의 임금 수준은 80%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임금이 대폭 오름에도 불구하고 금속노조 소속 비정규직 2600여명은 입사를 거부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의 강경한 입장에 경찰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등 공권력이 전면에 나서지 않아 점거 사태는 장기화될 모양새다. 비정규직 노조가 들어서 있는 통제 센터에는 생산관제실·서버실 등 중요 시설이 모여있어 현대제철의 손실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처럼 회사에 비상이 걸렸음에도 정규직 노조는 기본급 9만9000원 인상과 생활 안정 지원금 300%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그러나 현대제철 측은 대내외적 불확실성 탓에 대대적인 임금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대제철 정규직 노조는 지난 6일 오전 6시부터 쟁의 행위 찬반 투표를 시작, 8일 오후 4시까지 진행한다. 관할 고용노동위원회에는 조정을 이미 신청해 파업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 김포국제공항 주기장에 서있는 대한항공 소속 여객기들./사진=대한항공 제공

한편 대한항공 노조는 회사 살리기에 적극 동참하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눈길을 끌고 있다.

전날 사무직과 객실 승무원들로 이뤄진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위기 상황 극복을 통한 고용 안정과 조속한 경영 정상화라는 회사의 뜻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금년 임금 인상 여부를 사측에 위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경영진에게 급여에 관한 전권을 맡긴 셈이다.

노조는 "조합원이 함께한 고통 분담의 희생을 (경영진은)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며 "정상화가 이뤄지면 반드시 보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추후 그 어떤 상황에서도 구조조정·임금 저하 등 불이익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고용 유지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노력하고, 직원 노고에 대해서도 경영 정상화 때 꼭 보답할 것을 약속한다"고 답변했다는 전언이다.

앞서 지난해에도 대한항공 노조는 경영난 타개 차원에서 사측과 임금을 동결하기로 합의했다.

류재우 국민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고액 연봉자들로 이뤄진 대기업 강성 노조가 회사를 압박해 지대를 얻고자 한다면 사회적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회사 이익률이 줄어들면 AI를 전면에 배치해 궁극적으로 젊은이들의 취업 시장도 더욱 얼어붙게 될 것"이라며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 GM대우 노조는 회사 존폐 위기에도 무리한 파업을 벌여 사측이 공장 문을 닫는 등 모든 걸 잃었다"며 "노조는 회사와 척을 질 게 아니라 적극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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