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기시다 후미오 신임 일본 총리가 취임 이후 첫 국회연설에서 한일 관계와 관련해 한국측이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아베-스가 내각’의 주장을 답습했다.
여기에 취임 후 정상통화에서 미국, 호주, 러시아, 인도는 물론 중국에도 밀리고 있어 의도적인 ‘패싱 논란’도 나온다.
한국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따라 2019년 8월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가 단행되면서 경색돼버린 한일관계는 당분간 개선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시다 총리는 8일 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나라”라면서도 “한국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서도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따라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체 연설 중 한국과 관련된 부분은 달랑 두 문장이었고, 그나마 일본의 주요 외교 상대국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거론했다.
이 같은 기시다 총리의 발언은 자민당이 총재선거에서 일본 내 여론을 뒤집고 ‘아베 노선’을 선택할 때부터 예고된 것이다. 집권 자민당 총재가 일본 총리로 선출되는 일본정치의 특성상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국회의원들을 압박했다는 평가가 나와 있다.
기시다 총리의 “한국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겠다”는 발언은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는 일본군 위안부 배상소송이나 일본의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에 대해 한국정부가 일본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지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협상 당사자인 외무상이었다. 일본은 그동안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및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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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8일 취임 첫 국회 소신표명연설을 하고 있다. 2021.10.8./사진=자민당 홈페이지 |
기시다 총리는 국회연설에서 오히려 북한과의 대화에는 진정성을 보였다.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해서다. “북한과 국교 정상화 실현을 목표로 하겠다”며 “이를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조건없이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기시다가 당선되자 자민당과 연립해오던 공명당이 지지를 철회할지 여부도 주목됐다. 하지만 기시다 자민당 총재와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총재는 1일 국회에서 만나 연정합의서에 서명했다. 기시다 내각의 현재 입장이 흔들릴 일이 없이 더욱 견고해져갈 것으로 보인다.
일본정부가 한일 간 과거사 문제를 푸는데 적극적이지 않아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일본의 우경화가 빠르게 진행된 것과 함께 일본의 한국에 대한 전략적 시각이 바뀌었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정치외교학과 교수)은 “일본의 우경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정치지도자도 이를 좌지우지할 수 없게 됐다. 설사 정권이 바뀐다 하더라도 정치권에서 여론을 살펴가면서 한일관계를 풀어야 하므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김 교수는 “과거 일본이 느끼던 위협은 중국과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왔으므로 한국이 전략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했지만 이젠 달라졌다”면서 “이제 중국의 위협은 동북아가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엄습하고 있고, 일본도 전략적 시야를 동북아가 아니라 인도·태평양지역으로 넓혔다. 일본의 입장에서 과거엔 한국의 지정학적 지위가 절대적이었지만 지금은 달라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4일 취임한 이후 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8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통화한 이후 같은 날인 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인사를 마쳤다.
기시다 총리는 하지만 일본과 가장 인접한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는 통화를 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기시다 총리 취임 당일 축하 메시지를 보낸 바 있지만 기시다 내각은 9일 현재까지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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