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한 미술계 관계자가 제보할 것이 있다며 MBC 'PD수첩'을 찾아왔다. 평소 예술대학 학생들이 자신을 찾아와 고민 상담을 하는데 한 교수가 입에 담기도 힘든 충격적인 말을 학생들에게 한다는 것. 학생들이 입을 모아 지목한 인물은 유명 사진작가이자 미술 명문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소속 A 교수였다.
■ 두 얼굴의 교수? "성희롱 가해자" vs "고마우신 선생님"
지난 9월 8일, 홍익대학교 정문에 대자보가 붙었다. 홍대 미대 A교수가 "넌 나랑 언젠가 성관계를 하게 될 것", "너는 작가 안 했으면 N번방으로 돈은 많이 벌었겠다" 등의 발언으로 학생들에게 성적·정서적 폭력을 가했다는 내용이었다. 피해 학생들은 'PD수첩'과의 만남에서 성희롱 외 폭언, 협박, 노동 착취 등의 피해 사실을 알렸고 보복이 두려워 지금껏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대자보 게시 5일 후, 이번에는 A교수의 또 다른 제자들이 A 교수를 옹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PD수첩' 인터뷰에 적극 나서 A 교수는 자신들에게 고마운 선생님이라며 그를 두둔했다. A 교수 역시 'PD수첩'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에 대한 성희롱 의혹은 '악의적 왜곡'이며 '짜깁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A 교수 성희롱 의혹을 두고 펼쳐지는 양측의 상반된 주장,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PD수첩'은 A교수가 평소 자신에게 충성심을 보이는 학생들에게 전시회 소개 등의 특혜를 줬다는 제보를 입수했다. 이윽고 포착된 한 학생과 A 교수의 은밀한 만남.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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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C 'PD수첩' |
■ 미투 운동 이후 5년, 여전히 성비위로 얼룩진 미술계
미술계 성비위 사건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2016년 문화예술계 미투 운동을 시작으로 유명 작가들의 성범죄 가해 사실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난 5월에는 60대 유명 화가가 20대 큐레이터를 성폭행했다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 화가는 경매에서 6000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작품을 판매할 정도로 미술계 내 거장으로 손꼽히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동일 화가에게 3년 전 유사한 방법으로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는 또 다른 피해자가 등장했다. 이들은 'PD수첩'과의 만남에서 가해자의 미술계 내 지위 때문에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미술계 내 권력을 쥐고 있는 교수, 유명화가 등이 저항할 힘 없는 젊은 예술인들에게 행하는 범죄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는 인맥과 소개에 따라 거취가 결정되곤 하는 미술계 악습과 관행이 적나라하게 얽혀 있다. 예술을 가장한 폭력에 꿈을 침해당한 젊은 예술가들의 이야기, MBC 'PD수첩'의 '젊은 한국 예술가의 초상' 편은 내일(12일) 밤 10시 30분 방송된다.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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