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추가 인상 금융시장에 부담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 연 0.75%로 동결했다. 한은은 지난 8월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한 데 따른 정책적 효과를 관망하며 숨 고르기 차원에서 동결한 후 다음 달 예정된 금통위 회의부터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분석된다.

   
▲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현재 연 0.75%인 기준금리를 동결한다고 밝혔다../사진=한국은행 제공.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현재 연 0.75%인 기준금리를 동결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난해 5월 사상 최저 수준인 0.5%로 낮췄던 기준금리를 15개월만인 지난 8월 0.25%포인트 올린 0.75%로 조정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은 그동안 시중에 유동성이 크게 풀리면서 급격하게 불어난 가계부채와 자산가격 상승 등에 따른 '금융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데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지난 8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부담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2개월째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내수경기 회복이 추줌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지난달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설비투자가 일제히 감소했다. 3개 분야가 모두 감소한 것은 지난 5월 이후 3개월만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2%,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0.8%, 설비투자는 5.1% 각각 감소했다.

정부는 2개월째 경기회복세가 주춤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하락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불확실성은 있지만, 수출 상황이 여전히 고무적인 데다 정부 지원책에 따른 소비 증가도 예상되는 만큼 다시금 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도 일단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따른 정책적 효과를 관망하며 숨 고르기에 나선 뒤 다음 달 예정된 금통위에서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 역시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시중에 푼 풍부한 유동성과 오랫동안 지속돼 온 저금리 기조 속에 심화된 금융시장 불균형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금통위는 8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앞으로도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고, 이주열 총재도 "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지만 여전히 완화적이다"고 강조하면서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여지를 남겼다.

-다음은 통화정책방향 전문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0.75%)에서 유지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세계경제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도 주요국의 백신 접종 확대, 경제활동 제약 완화 등으로 회복 흐름을 이어갔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지속 우려와 미 연준의 연내 테이퍼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요국 국채금리가 큰 폭 상승하고 미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었으며, 주가는 하락하였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코로나19의 재확산 정도와 백신 보급 상황, 글로벌 인플레이션 움직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양호한 회복세를 이어갔다. 수출이 호조를 지속하고 설비투자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으며,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둔화되었던 민간소비도 최근 다시 회복되는 모습을 나타내었다. 고용 상황은 취업자수 증가가 지속되는 등 개선세를 이어갔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수출과 투자가 호조를 지속하는 가운데 민간소비가 백신 접종 및 그에 따른 경제활동 확대, 추경 집행 등으로 점차 개선되면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금년중 GDP 성장률은 지난 8월에 전망한 대로 4%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및 서비스 가격 상승폭 확대 등으로 2%대 중반의 높은 수준을 이어갔으며,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은 1%대 중반으로 높아졌다.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대 중반 수준을 지속하였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전망경로를 상회하여 당분간 2%대 중반 수준을 나타내다가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이며, 근원인플레이션율은 대체로 1%대 후반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시장에서는 국제금융시장 움직임 등에 영향받아 장기시장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주가는 상당폭 하락하였다. 가계대출 증가규모는 높은 수준을 이어갔으며, 주택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였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으나 국내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당분간 2%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및 성장·물가 흐름의 변화,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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