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게이트고메 측에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공급권을 헐값에 넘김과 동시에 30년간 최소 순이익 보장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 중인 대한항공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항공업계에서는 사태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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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소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기소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
13일 항공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에서는 박삼구 전 회장 등에 대한 속행 공판이 진행됐고,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 공급권 관련 내용이 다뤄졌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이 스위스 게이트 그룹 계열사 게이트고메에 30년 간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1333억원에 저가 매각했다고 보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또한 기내식 사업권 매각 대가로 1600억원 수준의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게이트 그룹이 인수토록 해 계열사를 부당한 방법으로 지원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도 사고있다.
이 같은 계약으로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약정을 강요하게 된 셈이다. 검찰은 30년 동안 이어질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 사업권의 가치는 최소 2600억원대, 순이익 보장 약정까지 계산하면 5000억원대로 추산한다. 최소 순이익 보장 조항 탓에 독점 사업권이 지니는 가치가 두 배 가량 뛰어 오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박 전 회장은 사법처리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이 문제의 뇌관은 대한항공 품에서 터질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밝히기 한참 전부터 체결된 계약이고, 합병 법인인 대한항공에 이를 준수할 의무가 승계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사실상 우발채무인 셈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회계·법조팀 등 현업 부서가 아시아나항공 실사 과정에서 이 같은 계약 조건이 걸려있는지를 알고 있었는지는 현재 파악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건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심사가 선행된 이후에나 대응이 가능해 때가 되면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면서도 "해당 계약 주체인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계약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고윤기 로펌 고우 대표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아시아나항공과 합병 과정을 거칠 대한항공은 게이트고메와의 계약을 이행해야 할 것"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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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일러스트 /사진=연합뉴스 |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63.9%를 인수하는데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돼있다. 검찰 측 계산값을 더하면 결국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1조7600억~2조원대의 자금을 쏟아붓게 되는 것이며, 양 사 통합 비용 6000억원을 고려하면 인수·합병(M&A)에 들어가는 비용은 총 2조3600억~2조60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 경영진이 아시아나항공-게이트고메 간 기내식 독점 계약 내용을 알고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했는지, 아시아나항공 측이 이 같은 계약 사실을 고의로 숨겼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고윤기 변호사는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 측에 기존 계약 건을 공개하지 않았다면 인수 계약 파기 사유에 해당한다"며 "대한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아시아나항공·한국산업은행 등 관계 기업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게이트고메 간 이면 계약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안다"면서도 "루프트한자 계열사 LSG와 전세계 기내식 시장을 양분하는 게이트 그룹이라 해도 대한항공 역시 협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상황을 좌지우지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다음 2년 간 자회사로 두게 되는데,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라고 여긴다"며 "크게 우려할만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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