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국내 은행의 늘어난 대출 증가세가 실물경제 상황과 괴리를 보이고 있어 작은 충격에도 부실화 가능성이 있어 유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최근 '금융브리프'에 실은 '국내은행 리스크 관리 강화 필요' 보고서에 따르면 실물경기 침체에도 자산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자산을 매입하려는 대출수요가 증가하고, 기업의 경우 매출 부진으로 대출로 필수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증가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 10% 아래로 떨어졌다. 2016~2019년에는 5.5%~6.2% 정도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갑자기 11.7%로 크게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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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제공. |
특히 2017년까지 은행의 원화대출 증가율과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거의 유사하게 움직였으나, 2018년부터는 원화대출 증가율은 상승하는 반면 명목 GDP는 하락하는 괴리를 보이기 시작하며 그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대출 증가세에도 은행 부실채권비율은 2015년말 1.8%를 고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올해 2분기말 기준 0.54%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가장 낮은 수준이던 2007년(0.72%)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현재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충격 완화를 위해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만기 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점과 한계기업이 증가하고 있어 이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6월말 대출 만기 연장은 192조5000억원에 달하며, 원금상환 유예는 11조7000억원, 이자상환 유예는 2000억원에 달한다.
또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한계기업이 전체의 34.5%에 달한다. 이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2.3%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들어 국내은행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고, BIS비율도 높아져 부실에 대한 버퍼는 어느 정도 마련됐으나, 잠재부실에 따른 위험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상반기 산업은행을 포함한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0조8000억원으로 이미 전년 연간 당기순이익인 12조1000억원에 거의 근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15% 수준이던 BIS 자기자본비율도 지난해에는 16.5%, 올 상반기에는 17.1%로 상승했다.
이처럼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버퍼는 어느 정도 마련된 것으로 보이지만, 수치로 나타난 것보다 잠재부실 규모가 더 클 것이란 지적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개별은행과 감독당국은 은행 자산의 잠재 부실 규모를 추정하고, 경제 상황 변화에 따른 부실화 가능성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를 시행해 앞으로의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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