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제 유가와 환율이 상승 그래프를 그리는 가운데 항공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또한 코로나19가 일상이 되는 '위드 코로나'가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이나 항공사간 치열한 치킨 게임이 예상돼 업계 재편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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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 유가./일러스트=연합뉴스 |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11월 국제선 유류 할증료는 10월 대비 3계단 상승한 6단계가 적용돼 편도 기준 거리 비례별로 1만800~8만400원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4800~3만6000원이던 전달과 비교하면 최대 123.3% 증가한 셈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이달 15일 기준 통합 항공유의 가격이 갤런당 233.43센트로, 지난해 10월보다 118.7% 상승했다고 밝혔다. 국제 유가는 현 추세대로라면 계속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돼 탑승객이 부담하게 될 항공 운임 총액도 동시에 늘어난다.
업종 특성상 항공사들의 고정 비용 중 유류비는 통상 20~30% 수준을 차지한다. 지난해 평균 유가는 배럴당 48달러 선에 머물렀으나 올해는 71달러로 50% 정도 치솟았다. 때문에 항공사들은 이제 겨우 회복세를 보이는 중인 여행 심리가 고유가 탓에 또 다시 꺼지지는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가파르게 오르는 건 환율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1080원대에 머물렀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200원대를 찍고 소폭 내려왔다. 위험 자산 선호 심리 회복에 지난 18일 1185.9원으로 장을 마감했고 19일 1187.1원대로 개장했지만 여전히 연초 대비 높은 수준임은 마찬가지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560억원씩 환차손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제표상 현금 흐름 차원에서도 190억원 가량 손해를 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제주항공은 환율 5% 상승 시 손실 규모가 18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 규모별로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 등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단거리 국제선 여행 수요 회복 조차 못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화물 운송 수익성이 떨어지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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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김포국제공항 주기장에 세워진 저비용항공사(LCC) 여객기들./사진=연합뉴스 |
최근 LCC들은 돈줄이 말라 유상증자를 추진한 바 있다. 첫 주자로 나선 에어부산은 유상증자 청약에서 100%를 겨우 넘겨 2271억원을 끌어모았다. 이 자금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여객기 정비비 659억원과 리스비 822억원이다. 주주들에게서 받은 증자 대금 상당 부분을 모회사에 바쳐야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66억원을 모집하는 제주항공은 유류대금과 인건비, 정비비로 1266억원을 쓰게 되고, 나머지 800억원은 NH투자증권에서 빌려온 단기 차입금 상환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LCC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자본을 늘려도 사업 확장에 쓸 여력이 부족하다. 3분기에도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각각 613억원, 413억 가량 영업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단거리 국제선 수요가 재개돼도 모든 항공사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제 살 깎아먹기 식 출혈 경쟁이 이어졌던 수년 전 상황이 반복돼 수익을 내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환율과 유가는 항공업계의 고질적 외생적 변수"라면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터져나올 것이기 때문에 예상보다 피해 규모가 작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 재편론에 대해 황 교수는 "대한민국의 사우스 웨스트나 라이언 에어가 되기를 바라는제주항공은 이미 인수·합병(M&A) 관련 학습 효과가 있다"며 "매물로 나오는 LCC를 노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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