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CCUS·수소 등 기술 발전 요구…재생에너지 비중 급증시 전력 공급 불안정 우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정부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골자로 하는 에너지전환을 추진 중인 가운데 국내 전원 믹스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는 최근 전력산업연구회가 개최한 정책세미나에서 "에너지전환은 한 세기 이상에 걸쳐 경로의존적으로 진행되는 아젠다로, 단순한 목표 설정과 의지만으로 달성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박 교수는 "질서 있는 에너지전환은 에너지효율 향상과 재생에너지의 점진적 확대를 추진하는 동시에 △적정 수준의 원자력 유지 △액화천연가스(LNG)발전 유지 △석탄발전의 질서 있는 퇴장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개발에 맞춘 화석연료 비중의 장기적 유지로 요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신고리 원전 3·4호기/사진=한국수력원자력

그는 "올해 글로벌 전력 수요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 대비 약 5% 늘어났고, 증가분의 60%는 태양광·풍력 등으로 충당됐다"면서도 "나머지는 석탄으로 채워지는 등 전력부문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코로나 이전 대비 5% 가량 많아지는 등 전력수요가 증가하지만 CO2 배출량 감소 조합을 뜻하는 일명 '그린 회복'을 달성한 국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력자원이 거의 소진되고 최종에너지에서 태양광·풍력의 비중이 1% 남짓인 한국이 30년간 탈원전을 고입하며 재생에너지 중심으로만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라며 "2030년까지 폐로가 예정된 원전 10기를 계속 운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교수는 "2030년까지 CO2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줄여야 하는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40% 수준으로 늘려야 하지만, 현재 추세로 보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비롯한 유연성 자원을 대규모로 확보하지 않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지나치게 늘리면 감당할 수 없는 전력 공급 불안정성을 초래할 위험이 높아진다"면서 "탈원전이 포함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로 볼 때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필요한 ESS 규모와 비용이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원전 10%·태양광 50% 가정시 필요한 ESS 규모는 3417GWh로, 설치 비용은 1388조원 상당"이라며 "원전 40%·태양광 30%에서는 각각 1983GWh·793조원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상쇄하기 위해 유연성이 높은 LNG발전 뿐만 아니라 석탄화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 "석탄+CCUS와 LNG+CCUS가 태양광+ESS 대비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지만, CCUS는 물론 ESS 조차도 완전히 성숙한 기술이 아니라는 점에서 현재의 전원믹스를 급격히 허물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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