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비중 더 늘려 퇴직연금 운영 필요

[미디어펜=김은영 기자] #이모씨(34세, 사회복지사)는 쌍둥이를 가진 워킹맘이다. 두 아이들의 양육비, 교육비 등 앞으로 지출될 돈을 고려해 보니 지금부터 노후 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2년 전 A은행에서 퇴직연금에 가입했다. 그는 안전자산 선호형으로 정기예금으로 퇴직연금에 가입했지만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통장을 보고는 퇴직 이후에 노후를 편안히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한숨만 쉬고 있다.

   
▲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퇴직연금 가입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증권업, 은행권, 보험권 등 퇴직연금에 대한 지난해 수익률이 전년과 마찬가지로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제공 = 신한은행
고령화 사회로 인해 퇴직연금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근로자들 사이에서 퇴직연금 가입이 늘고 있지만 운용 수익률은 갈수록 떨어지면서 수익은 커녕 본전도 건질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증권업, 은행권, 보험권 등 퇴직연금에 대한 지난해 수익률이 전년과 비교해도 두 해 모두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융감독원의 퇴직연금 자료를 보면, 퇴직연금 적립금이 100조원을 돌파했다. 근로자들의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2005년부터 도입된 퇴직연금제도의 적립금이 2014년말 기준 107조 65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도별로 적립금 증가폭을 살펴보면 2012년 17조4000억원, 2013년도에는 17조원, 지난해는 22조8000억원으로 대폭 올랐다.

가입근로자 역시 지난해 말 기준으로 535만3000명으로 2013년 대비 50만1000명(4.8%) 증가했다.

이처럼 퇴직연금에 대한 근로자들이 갈수로 늘어나고 적립금이 증가하지만 퇴직연금 수익률은 무심하게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퇴직연금상품을 취급하는 14개 은행에서 취급한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과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각각 2.82%, 3.08%다. 이는 2013년 평균으로 DB형 3.78%와  DC형 3.78% 기록한 것보다 각각 0.96%포인트, 0.7%포인트 낮은 수익률이다. 

보험권과 증권업 역시 같은 현상을 보였다.

생보협회에서 제공한 13개 생명보험 회사들의 퇴직연금 수익률을 살펴보면 지난해 퇴직연금 DB형은3.38%, DC형은 3.28%로 2013년도 보다 각각 0.22%포인트, 0.46%포인트 떨어졌다. 2013년도 퇴직연금 평균 DB형은 3.6%, DC형은 3.72%다.

증권업 12개사의 평균 수익률은 DB형이 3.43%, DC형이 3.25%로 2013년도 대비 0.4%포인트씩 내렸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의 수익률 하락이 저금리 기조와 증권시장의 불황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은행은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금리 인하해 현행 기준금리가 2.0%다. 기준금리에 이어 시중 은행들 사이에서 예·적금 금리가 1%대로 떨어지는 등 저금리 장기화로 인해 퇴직연금 수익률도 영향을 받은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퇴직연금 가입자 90% 이상이 가입한 예금, 채권 등의 원리금 보장 상품은 2012년만 해도 수익률이 연 4~5%대였다. 하지만 현재 연 2%대로  하락할 가능성과 전과 동일한 수수료로 인해 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

증권업의 한 관계자는 “원리금 보장형에 수익률이 낮은 것은 저금리 기조 때문이다. 특히 금리를 두 번이 인하한 바 있으며 금리 인하를 한 차례 더 할 가능성이 보인다”며 “이같은 이유로 정기예금이나 채권 등과 같은 안전자산 형태의 퇴직연금에서는 수익률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실적배당형 상품들도 사실상 수익률이 오르지 못했는데 이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며 “실적배당은 펀드에 해당하는 것으로, 증시 시장이 불황이어서 펀드 수익률이 떨어졌다. 동시에 같이 펀드로 가입한 퇴직연금 수익률 역시 떨어진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업 관계자는 “대부분이 퇴직연금에서 주식비중이 낮고 예금이나 발행업과 같은 곳에 퇴직연금을 들어 놓는다. 저금리 시대니까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퇴직연금에서 주식 비중이 40% 정도인데 주식비중을 70% 수준까지 확대하는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예금과 같은 연금보다 주식 비중을 높여 연금을 넣는 것이 좋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