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폐지 인가 반대…"신중하게 심사해 금융주권 지켜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이 자사 소비자금융 청산은 금융위원회의 인가사항이며, 이를 인가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를 제기했다.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소비자금융 단계적 폐지에 대해 "은행법상 인가대상인지 아닌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한 데 따른 입장이다. 

노조는 은행법 관련 조항에 따라 금융위가 청산 인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는 한편, 청산이 곧 대규모 실업사태와 소비자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며 청산 불가론을 주장했다. 

   
▲ 한국씨티은행 본점 전경 / 사진=한국씨티은행 제공


23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지부는 "소비자금융(개인 및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수신, 카드, 외환업무 등) 청산(단계적 폐지)은 은행법에 의한 금융위원회 인가사항"이라며 "엄격하고 철저한 심사를 통해 인가를 하지 말 것을 금융당국에 요구했다"고 전했다. 

국정감사에서 고 위원장은 "소매금융부문 단계적 폐지가 은행법상 인가대상인지 자세히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인가대상인지 여부를 떠나서 금융소비자 보호, 금융질서 유지 측면에서 현행법상 명확하게 자세하게 들여다 볼 것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금융당국이 소비자금융 청산을 인가하면, 매각·철수에 따른 직원들의 대규모 실업과 금융소비자 피해를 방관하는 한편, 대한민국 금융주권을 포기하는 행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과거 국내 주요 은행들의 철수 및 일부폐지 사례들을 놓고 봐도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청산이 금융위의 인가사항이라는 지적이다. 

은행법 제55조(합병·해산·폐업의 인가) 제1항 2호에 따라 은행업 폐지는 금융위 인가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부문은 은행 전체 자산, 인원 등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해당 사업부문 구조조정을 은행업 폐지와 동일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독일·일본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철수 사례의 경우, 은행들은 해당 국가 은행업을 반납하고, 외국은행 국내지점으로 전환했다. 금융노조는 "(한국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 폐지(철수) 이후 외국은행 국내지점으로 전환돼야 하며, 만일 국내 법인을 유지하고자 할 경우 특혜로 노동조합과 시민단체가 고발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국내 은행사업 철수사례도 노조의 주장과 결을 같이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3~2014년 HSBC 소비자금융 철수 사례의 경우, 은행업 제58조(외국은행의 은행업 인가 등) '외국은행의 국내지점(본점 외 10개) 폐쇄'와 관련해 예비인가 및 본인가를 받았다. 

HSBC의 폐쇄 사유는 '글로벌 그룹 전략에 따른 개인금융업무에 대한 포트폴리오 개편'이었다. 현재 한국씨티은행의 상황과 동일한 것이다.

하나은행 영업부문의 일부폐지 인가 사례도 비슷하다. 지난 2005년 6월 10일 하나은행은 옛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 따라 자산운용사 업무의 일부폐지를 신청했다. 당시 금융감독위원회는 법에 따라 인가절차를 개시했다. 

금융노조는 "영업부문의 소규모 사업 폐지도 금융위의 인가사항으로 처리된 만큼, 은행의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사업을 폐지하는 것은 당연히 인가사항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전했다. 

덧붙여 "2016년도 콜롬비아씨티의 사례(2년 후 재매각)처럼 향후 금융산업 전반의 여건이 개선될 때까지 매각을 유보하고, 이후 재매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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