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흡수하는 에디슨모터스…'전기차 명가' 만들까
벤처기업이 고연봉 사업장 인수시 리스크 대응능력 우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에디슨모터스가 국내 5대 완성차 업체 중 하나인 쌍용자동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쌍용차의 법정관리 졸업 및 경영정상화에도 긍정적 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최종 매각을 위해선 인수 대금 및 고용 승계 협상이 남은 만큼 안심하기 이르다는 전망이 나온다.

   
▲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쌍용차 제공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쌍용자동차와 매각주간사인 EY 한영회계법인은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법원에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다른 응찰자였던 이엘비엔티 컨소시엄은 자금조달 증빙 부족으로 평가에서 제외돼 예비협상대상자는 선정하지 않았다.

에디슨모터스는 이번 인수전에서 입찰 금액으로 2800억원대를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엘비앤티가 더 높은 5000억원대를 제시했지만, 쌍용차와 매각주간사는 자금 조달 방안이나 경영 정상화 계획 등에서 에디슨모터스가 더 현실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해 쌍용차와 매각주간사는 "초기 인수자금 규모뿐만 아니라 인수 이후 쌍용차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쌍용차와 매각주간사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법원허가 절차를 거쳐 10월말까지 양사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계획이다.

또한, 11월 초에 약 2주간의 정밀실사를 진행하고 인수 대금 및 주요 계약조건에 대한 본 계약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에디슨모터스는 당초 자금 동원력이 의문시됐으나 사모펀드 KCGI·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와 손잡으며 우려를 일 해소했다. 구체적인 자금 확보 방안까지 공개한 만큼 입찰 금액 마련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입찰 금액 외에 퇴직 충당금을 포함한 공익채권 약 7000억원까지 포함하면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본계약 협상을 통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쌍용차 인수를 통해 승용 전기차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쌍용차의 중장기 지속가능성 확보 차원에서 바람직한 사업 모델이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지난 8월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 인수 이후 내연기관차 10~15만대를 판매하고 전기차는 연 5만대에서 시작해 15만대까지 늘리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도 내놨다.

쌍용차의 무분규를 전제로 회사를 3~5년 내에 흑자전환시키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동안 'SUV 명가'로 이름을 떨쳤던 쌍용차는 차체가 무거운 SUV 차량의 특성상 디젤차 위주의 라인업 구성에 주력하느라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시대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올해 6월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 양산에 돌입해 8월부터 유럽 수출 선박에 선적을 시작했지만, 이미 전기차 시장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한 발 늦은 움직임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또, 현대자동차그룹과 폭스바겐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의 신모델들을 내놓는 상황에서 내연기관차인 코란도 기반의 파생 전기차로는 경쟁력에 한계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 사업에 대한 구체적 비전을 제시한 에디슨모터스가 새 주인으로 결정된 것은 '전기차 명가'로의 재도약에 있어 긍정적 요인일 수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현재 버스와 트럭 등 상용차 위주의 전기차를 생산·판매하고 있지만 내년 출시를 목표로 최고급 승용 전기차 '스마트S'를 개발 중이다. 쌍용차를 인수할 경우 새로 조성되는 공장에 전기차 생산라인을 깔아 스마트S를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

강영권 회장은 에디슨모터스가 전기차에 필요한 전자제어·자율주행 등의 노하우도 갖추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승용 전기차에 접목해 시너지를 내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다만 에디슨모터스 자체 기업 규모가 워낙 작아 쌍용차 인수 이후 경영 상황이 당초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경우 리스크에 대응할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한계가 제기된다. 2015년 설립된 벤처기업인 에디슨모터스는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 345억원, 매출액 898억원, 영업이익 28억원 수준이었고, 직원 수도 180명에 불과하다.

이 밖에도 쌍용차 매각의 또 다른 뜨거운 감자는 바로 '고용 승계'다. 180여명에 불과한 에디슨모터스가 자신보다 25배나 큰 몸집을 가진 쌍용차(4612명)를 품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쌍용차 임직원들은 지난 6월부터 무급 휴업을 순차적으로 실시하는 고강도 자구안을 이행하고 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신청한 무급휴업 기간은 내년 6월까지다.

쌍용차에서는 그동안 노조가 총고용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복지 반납과 임금 축소 등을 노력했기 때문에 새 인수자가 고용 부분을 크게 건드리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에디슨모터스는 임직원들의 '협조' 없는 쌍용차 인수는 불가능하다고 경고한 바 있어 이런 입장차이를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에디슨모터스는 흑자전환을 위한 생산량 확대를 꾀하고 있어 구조조정과 관련된 내용은 정확히 파악할 수 는 없지만 임직원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는 인수 불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쌍용차는 구조적으로 근속연수가 길고 연봉이 높은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어 일부 제품 포트폴리오 전환만으로는 경영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에디슨모터스 같은 작은 기업이 인수하게 된다면 쌍용차도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수준의 스마트한 공장으로 변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