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업계 최초로 대표이사 정년제를 도입할 것으로 보여 업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박현주 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도입되는 이번 제도는 당장 내달 초에 발표될 예정인 인사에서 ‘세대교체’ 형태로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금융그룹이 대표이사 정년제 도입에 나섰다. 각 계열사를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연령에 정년을 두고, 해당 연령이 되면 후임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퇴임하는 것이 정년제의 골자다. 비단 미래에셋 그룹 내부만이 아니라 업계 전반적으로 다양한 파장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임기를 다한 CEO들은 이사회의 동의를 구해 스스로 임기를 늘리는 세칭 ‘셀프 연임’에 나서는 경우가 잦았다. 이는 두터운 노하우를 갖고 있는 시니어 CEO가 활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되는 한편 인사 적체 문제를 동시에 유발한다는 측면에서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미래에셋그룹의 경우도 그룹의 ‘얼굴’인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등 그룹 내 계열사들은 상법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에 따라 이사의 임기만 3년으로 제한을 받을 뿐 반복적으로 연임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러한 구도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미래에셋그룹의 창립자인 박현주 회장이다. 그의 강한 의지에 따라 현재 미래에셋금융그룹은 계열사별 정관에 대표이사 선임 요건의 연령 제한을 ‘특별결의 사항’으로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결의 사항은 발행주식 총수의 과반수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가 출석해 그 의결권자의 3분의 2 이상 다수가 찬성해야 의결된다. 통상 특별결의 사항은 정관의 변경이나 회사 해산, 주요 임원 해임 등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서 이뤄지는 것이라 이번 인사제도 개편에 대한 박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현재 KB·신한·하나·우리 등 은행을 대표 자회사로 두고 있는 금융지주사들의 경우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라 ‘회장’의 연령을 만 70세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를 포함하는 금융투자업계의 경우 지배구조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대표이사 연령에 제한을 둔 사례도 아직 없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증권업계에서 스타트를 끊게 된다면 다른 회사들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 보이는 이유다.

아울러 미래에셋금융그룹이 내달 초 발표할 인사에도 많은 시선이 집중된다. ‘세대교체’를 테마로 다수의 파격인사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현재 하나금융투자가 1974년생의 이은형 대표를 선임하며 '최연소 CEO' 기록을 갖고 있지만, 비슷한 흐름이 미래에셋에서도 나타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미래에셋의 인사에서 주요 임원급에 젊은 층이 많이 발탁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여세를 몰아 대표이사 정년제까지 도입된다면 업계 전체의 인사에도 크고 작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