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이미지 벗겠다던 이재명, '불나방'으로 또 구설
2021-10-29 15:05:28 | 이희연 기자 | leehy_0320@daum.net
이재명, '음식점 총량제' 비판 목소리 커지자 "당장 시행 아냐" 해명
'불나방' 해명 했지만...다듬어지지 않은 표현으로 논란만 키운 상황
여당 내에서도 당과 조율되지 않은 정책 메시지에 우려 목소리 나와
'불나방' 해명 했지만...다듬어지지 않은 표현으로 논란만 키운 상황
여당 내에서도 당과 조율되지 않은 정책 메시지에 우려 목소리 나와
[미디어펜=이희연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정제되지 않은 거친 발언으로 또 구설에 올랐다. 이번에는 코로나19로 생계를 걱정하며 힘든 시간을 버티는 자영업자들을 향해 "개미지옥", "불나방" 등의 거친 단어를 사용한 것이 논란이 됐다. 여당 내에서도 이 후보가 신중하지 못한 발언으로 위기를 자초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사직 사퇴 후 본격 대선 행보를 시작한 이 후보는 지난 27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에서 열린 소상공인·자영업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하도 식당을 열었다 망하고 해서 개미지옥 같다"며 "음식점 허가 총량제를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발언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국가가 개인의 창업 자유까지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위헌'논란까지 불거졌다.
또한 자영업자들을 '개미지옥'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의 발언으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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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정제되지 않은 거친 발언으로 또 구설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 28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로보월드'에 참석해 모션로봇이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사진=국회사진기자단 제공 |
이와 관련해 야권인 국민의힘은 자유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한 전체주의적인 발상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경제학의 근본을 무시하는 정책, '아무말 대잔치'"라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 무능이 이 후보에게도 계승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이 후보를 향해 "국가가 국민 개인의 삶까지 설계하겠다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맹공을 가했고, 홍준표 후보는 "헌법상 영업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우려했다.
진보진영에서도 이 후보의 발언이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전혀 공감하지 못한 발언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정의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음식점 사장님들에 대한 공감이 1도 없는 해당 발언"이라고 맹비난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 후보는 당황한듯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한 국가의 역할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며 "국가정책으로 도입해 공론화하고 공약화하고 시행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 후보는 해명하는 과정에서도 자영업자들을 '불나방'에 비유하는 등 거친 표현을 사용해 또다른 논란을 가져왔다.
그는 지난 28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로보월드’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무 것이나 선택해 ‘망할’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며 "불나방들이 촛불을 향해 모여드는 건 좋은데, 지나치게 가까이 가서 촛불에 타는 일은 막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야권 대선 주자인 윤 전 총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은 불나방이 아니다"라며 "이 후보의 국민관은 국민을 ‘가붕개(가재, 붕어, 개구리)’에 빗댄 조국 전 장관의 그것과 닮았다. 도대체 국민 알기를 무엇으로 아는 것인지 개탄이라는 말조차 쓰기 아깝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의당도 이 후보의 해명에 또다시 논평을 내고 "공약도 아니라면서 계속 같은 주장을 어제와 같은 논리로 또 반복했다"며 "무공감, 무책임의 이재명 후보 ‘음식점 총량제’ 발언, 철회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의 이같은 돌발 발언에 민주당도 곤욕스러워 하고 있다. 유동수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날 정책조정회의 후 "(음식점 총량제는)아직 당 하고는 얘기를 안 했다. 선대위가 꾸려지면 좀 더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신현영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정책조정회의 백브리핑에서 "아직 논의된 사항이 아닌데 이제 제기된 문제라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다"며 "정확히 답변드리기 좀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후보가 최근 음식점 총량제 발언 외에도 주 4일 근무제 도입, 기본소득 등 당정 차원의 세밀한 검토가 필요한 정책을 당과 조율 없이 먼저 언급한데 대해, 민주당 내에서는 정책혼란만 가중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측 관계자는 29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이재명 후보의 강점이 거침없는 '사이다' 이미지이긴 하지만 여권 대선 후보로서 정책적인 문제와 관련된 발언에는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과 조율되지 않은 이 후보의 발언은 정책 혼선을 불러올뿐만 아니라 이 후보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이 후보가 그동안의 거친 이미지를 벗고 '인간미'를 입겠다며 '웹 자서전' 연재를 시작하는 등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가운데, 또다시 '개미지옥', '불나방' 등의 과격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면서 당분간 이를 둘러싼 논란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