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테러, 한미, 한일 이간 노린 것...한미일 공조 복원해야

   
▲ 조우석 논설위원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 피습사건 이후 한· 미 당국은 이 사건이 외교적 문제와 관련 없는 개별적 사건이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한·미 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는 게 양국의 공통된 인식인데, 그 점 불행 중 다행이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당일 테러 사건을 비판하며서도 "그(리퍼트 대사)를 돌보는 한국인들에게 감사한다"고 한 것도 그 맥락이다. 우리 외교부도 "한·미 동맹이 이번 사건으로 흔들릴만큼 허약하지 않다"며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테러 발생 3~4일새 분위기가 바뀌는 건 일단 좋다.
 

문제는 대못을 뽑아낸 다음에도 못자리의 흉터는 남는 법이다. 이런 말들이 외교적 수사(修辭)를 넘어 한미동맹 강화라는 목표에 도달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우선 외교사절의 신변을 보호하지 못한 한국정부의 외교적·도의적 책임을 짚어야 한다. 이 일로 한국은 미국에 대한 부채(負債)를 하나 더 짊어진 게 분명하다.
 

7년 전 광우병 파동도 잊을 수 없기 때문인데, 미국에서 볼 땐 "왜 저 나라만 저렇지?"하는 의구심은 채 지워지지 않았다. 당시 국내 좌파들의 집요한 반미(反美) 드라이브, 여기에 동조한 한국인들의 비이성적인 집단 난동이야말로 한미관계에 전혀 새로운 국면이었다.

한미동맹 강화, 입으로만 때우고 말 건가?

미국에 대한 부채는 또 있다. 출범 직후 박근혜 정부의 친중(親中) 행보는 미국을 섭섭함을 넘어 냉담하게 만들었다. 사건 당일 자기나라 대사가 피를 쏟으며 병원에서 실려 가는 충격적인 장면을 CNN 등을 통해 지켜본 미국인들은 받았던 상처는 실로 헤아리기 어렵다. 이 모든 게 입으로 외치는 한미동맹 강화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 리퍼트대사에 대한 테러는 한미, 한일간 이간을 노린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최악의 상태에 있는 반일노선에서 전환해서 한미일공조를 복원해야 한다. 사드 배치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사진 연합뉴스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외교의 큰 그림을 새롭게 그리는 과제가 박근혜 정부에게 주어졌다. 목표가 한미동맹의 복원이라면, 그 목표는 두 가지로 나눠 진행돼야 한다. 첫째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도입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체계 일부인 사드 도입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맹방을 답답하게 만들었는데, 차제에 그걸 바꿔야 한다.
 

사드 도입을 놓고 미중 사이에서 모호한 스탠스를 취해온 것 자체가 실수였다. 중국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면, "당신들이 북핵 폐기에 더욱 협조하라"고 맞받아쳐야 옳았다. 마침 여당 지도부에서도 이 사안에 대한 기류가 바뀌는 있는데, 지금이야말로 한국외교 전환의 호기임을 기억해두라.
 

둘째 한미동맹의 복원은 한미일 공조체제 재구축을 통해 가능하다. 그걸 지렛대 삼아 미국-미국인의 마음을 잡아야 하며, 절체절명의 위협인 북핵에 다목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이 그림 외에 다른 선택은 없는 게 우리가 처한 환경이다.
 

당장 한일 과거사 문제를 매듭 짓고,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인 양국관계를 끌어올려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최대 실책을 반일, 친중 일변도의 외교노선으로 꼽은 이가 많은데, 그걸 만회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쪽으로 방향을 잡을 경우 민족주의 정서의 늪에 깊이 빠진 국내 언론의 맹목적 반일정서를 정면돌파하는 것도 필수다.

박근혜 정부 반일(反日) 포퓰리즘에 영합했다?

취임 직후 박근혜 대통령은 여러 가지 이유로 국내의 반일(反日) 포퓰리즘에 영합했고, 그래서 일본과 필요 이상의 대립각을 세워왔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지금도 조선-동아 지면은 일본 때리기를 반복하는데, 이런 선동언론에 휘둘리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지난 주말 조선일보 사설만 해도 그랬다.
 

일본 외무성이 홈페이지에서 한국 소개 문구에서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의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 나라"라는 기존 표현을 "가장 중요한 나라"라고 격하(格下)한 것이 문제는 문제였다. 지금의 이 국면에서 일본 대응이 썩 현명했던 건 아니다.
 

그렇다고 "졸렬하고 소아병적이다"고 저들을 공격하는 국내 두 언론의 태도 역시 역시 이성을 잃은 게 아닐까? 우리의 고식적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자성은 왜 찾아볼 수 없는가? 미국을 포함한 제3국에서 볼 경우 한국이야말로 과거사 문제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민족주의 감정을 분출하는 쪽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테러 직전 미 국무부 정무차관인 웬디 셔먼이 했던 발언도 미국 조야의 대한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새로 되새겨봄직하다. 셔먼은 "민족 감정은 악용될 수 있고, 과거의 敵(적)을 비난해 값싼 박수를 받는 것은 (나라의) 발전이 아닌 마비를 초래한다"라고 했다.
 

수위가 높은 게 사실이다. 일부는 우리 대통령을 비판한 시건방진 소리라고 흥분도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종북좌파 김기종의 테러는 우리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게 만든 계기임을 받아들어야 할 때다.
 

이런 새 그림을 그릴 경우 맹방 미국 대사에 대한 테러라고 하는 전에 없던 사태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중동 4개국 순방을 마치고 오늘 돌아오는 대통령의 어깨가 더 무거운 것은 그 때문이다. /조우석 논설위원,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