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이정후(23·키움 히어로즈)가 가을바람을 제대로 탔다. 이정후의 한 방이 두산 베어스를 울렸다.

키움은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두산과 막판 접전 끝에 7-4 승리를 거뒀다. 정규시즌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선 키움은 2연승을 거둬야 하는 불리한 상황 속 1차전을 이겼다. 이제 키움은 자신감을 갖고 2일 2차전 승리와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가을야구 첫 판답게 흥미만점 경기가 펼쳐졌다. 0-2로 끌려가던 두산이 7회말 대타 김인태 카드 성공(2타점 2루타)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8회초 키움이 이용규의 안타를 시작으로 상대 실수를 틈타 찬스를 엮고 희생플라이 2개로 2점을 내 다시 4-2로 앞섰다. 8회말 두산 4번타자 김재환이 키움 마무리 조상우를 투런홈런으로 두들겨 또 4-4 동점 추격을 했다.

치열한 공방 속 리드를 지키지 못한 키움보다, 두 번이나 따라잡아 동점을 이룬 두산 쪽으로 분위기가 기우는 듯했다.

9회초 키움 공격은 2아웃까지 잠잠했다.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던 키움의 가라앉은 분위기를 이용규와 김혜성이 두산 마무리 김강률로부터 연속 볼넷을 골라 1, 2루 찬스를 만들며 살려냈다.

   
▲ 사진=키움 히어로즈


여기서 타석에 이정후가 등장했다. 8회까지 안타 하나 못 친 이정후였다. 올 시즌 타율 0.360으로 타격왕에 오른 이정후로서는 체면이 서지 않는 상황이었고, 키움에는 한 방이 꼭 필요했다.

이정후가 해냈다. 김강률의 2구째 높은 직구(구속 146㎞)를 매끈한 스윙으로 받아쳐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터뜨렸다. 두 명의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인 이정후는 2루 베이스 위에서 펄쩍 뛰고 환호하며 마음껏 기쁨을 표현했다.

이 2루타 한 방으로 승기를 잡은 키움은 박병호의 적시타가 이어져 이정후까지 홈을 밟으며 7-4로 승리를 따냈다.

선발로 나서 6⅔이닝 4피안타 9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키움 승리의 발판을 놓은 안우진과 함께 이정후는 결승 2루타 한 방으로 키움 승리의 으뜸 공신이 됐다.

이정후는 올해 타격왕이 돼 아버지 이종범(1994년 타격왕)과 사상 최초의 '부자(父子) 타격왕' 진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가을야구 첫 경기를 지배했다. 이정후가 날아오르자 곰들은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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