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두산 베어스 '영건' 김민규(22)가 다시 한 번 '가을민규'의 면모를 뽐냈다. 혼자 키움 히어로즈 선발 정찬헌과 구원등판한 한희민을 상대하면서 다 눌렀다.

김민규는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 선발 등판, 4⅔이닝 5피안타 1볼넷 3실점을 기록했다.

3실점했다고는 하지만 김민규가 5회초 2사 후 물러날 때 스코어는 9-1로 두산이 크게 앞서고 있었다. 그만큼 김민규는 키움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2사 1, 3루에서 이현승에게 마운드를 넘겼는데 이현승이 볼넷으로 만루에 몰린 뒤 이정후에게 싹쓸이 2루타를 맞아 김민규의 자책점이 3점으로 늘어난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 사진=더팩트 제공


김민규는 사실 대체 선발이라고 할 수 있었다. 두산이 외국인 투수 두 명의 이탈 등으로 이날 마땅한 선발감이 없어 올 시즌 6번밖에 선발 등판하지 않은 김민규가 선발 중책을 맡아야 했다.

전날 1차전에서 두산이 4-7로 패했기 때문에 이날 경기는 반드시 이겨야 해 부담이 컸다. 그럼에도 김민규는 침착하고 자신감 있는 피칭으로 키움 타선을 요리해나갔다.

1회초 선두타자 이용규를 볼넷 출루시켜 출발은 걱정스러웠으나 김혜성을 곧바로 병살타로 유도해 위기를 만들지 않았다. 2회초에는 2사 후 3루 수비 실책으로 크레익을 내보냈지만 전병우를 좌익수 뜬공 처리했다. 3회초는 간단히 삼자범퇴로 끝냈다.

김민규가 초반 마운드를 안정시키는 사이 두산은 1회말 양석환의 2타점 적시타로 2점을 선취했고, 2회말에는 페르난데스가 2타점 적시타를 쳐 4-0 리드를 해나갔다.

4회초 김민규는 첫 실점했다. 선두타자 김혜성을 1루수 쪽 땅볼 유도했으나 자신이 베이스커버 들어가면서 스텝을 맞추지 못해 내야안타를 만들어준 것이 화근이었다. 이어 이정후에게 안타를 맞고 무사 1, 2루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박병호를 유격수 병살타 처리하며 급한 불을 껐으나 이어진 2사 3루에서 송성문에게 빗맞아 좌익선상으로 떨어지는 2루타를 내줘 1실점했다. 그래도 김민규는 흔들리지 않고 크레익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두산은 4회말 집중타를 터뜨리며 대거 5점을 뽑아 9-1로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5회초만 막았다먼 김민규는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었다. 선두타자 전병우에게 2루타를 맞았으나 2아웃까지는 잘 잡았다. 이용규에게 유격수 쪽 깊숙한 내야안타를 허용해 2사 1, 3루가 되자 두산 벤치는 투수 교체 결단을 내렸다. 선발 경험이 많지 않은 김민규의 투구수가 77개가 되자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 하에 좌타자 김혜성 타석 때 노련한 좌완 이현승을 구원 투입했던 것.

이 투수교체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이현승이 김혜성을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를 채운 뒤 이정후에게 좌중간으로 빠지는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맞고 말았다.

김민규가 5회초를 마무리짓지 못하고, 이현승이 구원에 실패한 것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김민규는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

이날 선발 맞대결을 벌인 키움 정찬헌은 1⅓이닝 7피안타 4실점하고 조기 강판했다. 두번째 투수로 구원 투입된 한현희도 2⅓이닝 8피안타 5실점으로 무너졌다.

김민규는 혼자 키움의 선발 요원 두 명과 맞붙어 확실한 우위를 보이며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이날 선발 호투로 김민규는 '가을야구 DNA'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도 김민규는 kt와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5⅔이닝 무실점 1승 1홀드로 두산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NC와 치른 한국시리즈에서도 3경기(선발 한 번)서 6⅓이닝 1실점 1승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42로 눈부신 피칭을 한 바 있다.

정규시즌 때는 그렇게 돋보이지 않다가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서 무서운 투수로 변모하는 김민규, '가을민규'로 불릴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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