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 강화 뿐만 아닌 한국 기업 중동진출 금융협력 주춧돌 세워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제2의 중동 붐'이 일고 있다. 9일 마무리 된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은 중동 진출 40여년을 맞은 우리에게 제2의 중동붐을 일으키는 새로운 전기가 됐다. 

   
▲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사진 오른쪽)이 지난 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개발은행(QDB)본사에서 압둘라지즈 나써 알 칼리파 QDB CEO를 만나 금융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수출입은행
이번 중동 순방으로 중동 지역의 경제협력을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형 원전사업 진출에서부터 할랄식품까지 다양한 협력을 교류하는 계기가 됐다. 대규모의 경제사절단 역시 이를 뒷받침하듯 이번 중동 순방으로 44건에 이르는 경제분야의 양해각서 체결하면서 '어게인,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감을  커지게 했다.

특히 토목, 건설 등 전통적인 대형사업에 집중했던 '제1의 중동붐'을 넘어서 에너지, IT, 의료, 금융 등 고부가가치산업에서 우리 기업이 중동 시장을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점은 고무적이다.

이번 중동 순방길에 오른 경제사절단은 대기업 30개사, 중소·중견기업 59개사, 경제단체 및 공공기관 26개사 등 총 115개 기업과 기관으로 구성됐다.

에너지, 건설 등 전통적인 협력 분야 뿐만 아니라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도 진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전체 참가기업과 기관 중 절반에 해당하는 59개 유망 중소·중견기업으로 구성됐다.

이번 중동 순방으로 과거 플랜트, 건설 등 대기업들이 굵직한 수주사업과 금융지원에 주로 혜택을 볼수 밖에 없는 한계를 벗어던지고 중소·중견기업의 중동 진출에도 파란불이 켜졌다는데 의미가 크다. 그 뒤에는 금융이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9일 청와대와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있어 가시적인 성과는 한국형 스마트 원전 건설과 이슬람권 음식인 '할랄식품'의 수출 기반 조성이 눈에 띈다.

또한 중동 순방국 중 카타르의 경우 '월드컵 특수'에 기대효과가 예상된다. 카타르 국왕이 직접 한국 기업들에게 우선 배려해주겠다는 발언을 하는 등 눈부신 성과도 얻었다.

청와대는 이번 순방으로 1조원의 경제이익 효과를 예상했다. 조만간 박 대통령이 여야 대표와 만나 중동 세일즈 외교에 대한 성과 등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순방에 중동과  중동지역의 경제협력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이 원할한 중동 진출을 위해 금융지원의 토대도 마련됐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경제사절단 중 금융기관의 대표해 홍기택 산업은행장과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동행해 금융지원 주춧돌을 세우며 우리 기업의 중동영토를 넓혔다.  

그간 수출입은행은 전통적으로 사우디, 카타르, UAE 등 중동지역의 금융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한국 기업의 중동진출 때 금융지원을 할 수 있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이번 중동 순방을 통해 현지 금융기관과 금융 협력을 공고히 하는 것 뿐만 아니라 발전, 플랜트, 석유화학 등 발주하는 거액 발주처와 네트워크 기반을 구축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카타르의 대내외 정책금융을 총괄하는 카타르개발은행(Qatar Development Bank, QDB)와 금융협력 MOU를 체결했다. 이 행장은 압둘라지즈 나써 알칼리파 QDB CEO를 만나 중소·중견기업 성장과 지원을 위한 금융상품 노하우 공유, 양국 중소·중견기업의 제3국 진출 때 두 기관의 공동 금융지원, 카타르 발주 프로젝트에 대한 공동 금융지원 등을 체결했다.

카타르는 천연가스, 석유 등이 풍부한 자원부국으로 2022년 월드컵 개최예정국이다. 이를 통해 인프라, 정보통신 등 비 에너지분야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어 우리나라와 다각적인 협력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다.

수은 관계자는 "카타르개발은행과의 금융협력은 우리나라 중소중견 기업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우리 기업이 중동 진출때 양측이 서로 공동지원 해보자라는 시도"라며 "애초 해외건설, 플랜트 부문은 수은의 고유 업무이며 최근 유가하락으로 관련시장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지만 가장 큰 시장인 만큼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중동 최대 발전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에 한국 기업 진출을 위한 금융 가교도 마련됐다. 수은은 사우디전력공사와 30억달러 규모의 기본협정(Framework Agreement)을 체결했다. 기본협정은 신용한도와 주요 조건을 사전에 약정한 후 개별 수출거래에 대해 상대적으로 간소화된 대출계약 체결로 금융을 지원하는 제도다.

이번 협약으로 사우디전력공사 발주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교류를 강화하는 동시에 한국 기업이 수주한 프로젝트에 30억 달러 규모의 금융을 제공하는 등 한국 기업의 수주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우디전력공사는 사우디 정부가 81%의 지분을 소유한 공기업으로 사우디 발전부문의 75%와 송배전부문을 독점하고 있다.

사우디 발전시장은 유가하락으로 침체를 겪고 있는 석유화학시장과 달리 한국기업들에게 지속적인 사업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수은 관계자는 "사전에 신용한도와 주요 조건을 확정하는 기본협정을 맺게 되면 사우디전력공사는 개별 수출거래의 금융조달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다"면서 "향후 한국 기업이 SEC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UAE와 원조사업으로 제3국 공동진출에 합의함에 따라 두 나라간 실질적인 금융협력의 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한편, 올해 의료 서비스 산업 강화에 나서기로 한 수은은 이번 순방에서도 보건사업과 관련된 기관과 면담일정을 갖고 네트워킹 형성에 박차를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