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기자] 부정청탁·금품수수금지법 제정안으로 알려진 ‘김영란법’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3일 본회의를 통해 김영란법을 표결에 부쳐서 가결 처리했다. 재석 의원 247명 중 ‘찬성’ 226명, 반대 4명, 기권 17명을 기록했을 정도로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시켰다.

김영란법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서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일소를 법 제정의 취지로 삼고 있다.

김영란법의 문제는 법적용 대상으로 공직자 뿐 아니라 언론인과 사립교원도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김영란법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사립교원 등 직무관련성과 관계없이 100만원 초과 금품 수수 시 사법 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한다.

가령 학부모들이 교사나 교수를 찾아가 촌지를 제공하거나 특수목적(성적 처리 관련) 부탁을 요구하는 행위 자체가 금지 대상이다.

규제대상을 공직자, 공무원에 한해서 입안했던 김영란법이 가히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규제악법으로 등장한 것이다.

   
▲ 김영란법을 통과시킨 19대 국회. 김영란법은 사회 각계각층으로부터 과잉입법, 졸속입법에 이어 꼼수입법, 고무줄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이러한 김영란법을 통과시킨 19대 국회가 입법 과정에서 드러낸 모순된 행태는 일각의 지탄을 받고 있다. 김영란법을 검토하면서 공직자의 법 적용 가족 대상을 배우자 한명으로 축소하는 등, 국회의원들이 자신과 관련된 내용을 김영란법에서 제외한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김영란법을 처리하면서 보인 이러한 행태는 ‘입법위선’이며 ‘꼼수입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국회의원들은 김영란법 통과 후 1년이었던 시행시기를 1년6개월로 변경했다. 이로 인해 본인들의 19대 국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 19대 국회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은 빠져나가는 고무줄 법안을 제정한 것이다.

김영란법에 관한 각계각층의 비판과 입장 표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이하 시변)은 홈페이지를 통해 김영란법에 관한 논평을 밝혔다.

시변은 논평을 통해 “공직자가 아닌 기자, 교사 등을 공직자와 같이 부패척결의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과잉입법이고 위헌입법이다”라고 지적했다.

시변은 “공직자가 아닌 기자, 교사를 공직자처럼 치부하여 부패척결의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헌법재판소가 간통죄에 대해 간통을 허용한다는 것이 아니라 간통을 형벌로 처벌하는 것은 과잉입법이라고 위헌결정을 하였던 바와 같은 논리이다”라고 밝히며, 김영란법의 위헌성을 헌법재판소의 최근 간통죄 위헌 결정에 빗대어 설명했다.

시변은 논평을 통해 김영란법의 포괄입법 위헌성도 밝혔다. 김영란법은 “공직자가 부패하므로 언론인과 교사도 규제해야 한다”는 아 다르고 어 다른 논리라는 설명이다.

시변은 김영란법 법안 제3조도 지적했다. 김영란법 제3조는 사적인 영역인 언론사와 사립학교법인에게 이 법에 관한 책무를 명하고 있으며, 제4조에서는 언론인과 사학 관계자에게 ‘직무를 공정하고 공평무사하게 수행하라’는 등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김영란법은 명백히 위헌성을 내포한 법안이라는 지적이다.

시변은 논평을 통해, 조속한 개헌으로 국민소환제를 도입하여 입법 과오를 일으킨 19대 국회의 국회의원들을 강제로 퇴출시키자는 의견도 제안했다.

시변의 김영란법 논평 전문은 다음과 같다.

- 김영란법에 관한 시변의 논평 -

시변은 지난 6일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에 대해 입법취지에 공감하지만 위헌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여야 하고, 그렇지 아니하고 공포될 경우 언론인은 물론이고 사립학교 관계자 등과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논의를 하고 있음을 밝힌 바가 있다.

그런데 김영란법을 주도한 일부 야당 국회의원들은 대한변협과 시변 등이 이 법의 입법에 관하여 졸속입법 등 위헌론을 제기한 것에 대해 '법의 근본취지를 부정하는 마녀사냥식 비판'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위헌론을 제기하는 어느 누구도 공직사회에서 부패를 척결해야한다는 김영란법의 입법취지를 부정하지 아니하며, 또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기레기를 포함한 사이비 기자와 촌지받는 교사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위헌론을 제기하는 측은 타 종교를 극단적으로 비판한 '샤를리 에브도' 만화에 공감하지 않지만 그 만화가를 테러한 것은 용서할 수 없듯이, 공직자가 아닌 기자, 교사 등을 공직자와 같이 부패척결의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과잉입법이고 위헌입법이라는 것이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간통죄에 대해 간통을 허용한다는 것이 아니라 간통을 형벌로 처벌하는 것은 과잉입법이라고 위헌결정을 하였던 바와 같은 논리인 것이다.

시변이 내세운 위헌론은 언론인과 교사에 관하여 ‘시민단체, 변호사, 의사’ 등과 형평성을 제기하는 차원과 달리 헌법상 책무가 부여된 공직자와 동일하게 규율하는 것은 "다른 것은 다르게, 같은 것은 같게 한다"는 헌법상 평등의 원리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취지이다.

그런데 국회의 입법자료 중 제안이유에 의하면 '공직자'의 부패를 설명하다가 돌연 언론인과 사학 관계자를 포함시켜 '공직자등'의 금품수수를 금지한다고 한 것은 앞뒤가 모순되는 내용이다. 제안이유를 해석하자면 “공직자가 부패하므로 언론인과 교사도 규제해야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논리이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일은 법안 제3조에서 사적인 영역인 언론사와 사립학교법인에게 이 법에 관한 책무를 명하고, 제4조에서 언론인과 사학 관계자에게 ‘직무를 공정하고 공평무사하게 수행하라’는 등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야당 의원들이 "이 법이 유례없는 포괄입법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접대ㆍ로비 관행상 이 법은 충격적이고 논쟁적일 수밖에 없다"고 밝힌 부분은 김영란법에 위헌의 소지가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속내이고, 이 법의 주인공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도 이 법의 입법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이 몰상식한 입법을 행한 의원들이 스스로 입법적 과오를 시정할 방도를 찾기는 커녕 압도적 찬성 여론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용기있게 위헌성을 지적하는 법조단체 등에 대해 '법의 근본취지 부정, 마녀사냥' 운운하는 무모하고 무책임한 행태가 바로 대통령이 김영란법을 거부해야만하는 사유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입법적 과오에 대해 차기 선거에서 반드시 엄중하게 심판해야 하고, 조속한 개헌으로 국민소환제를 도입하여 강제로 퇴출시키도록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2015. 3. 9.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이헌, 정주교 변호사